“밀당? 썸? 그런 거 난 몰라” 드라마 대세는 ‘직진男’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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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김첨지’ ‘츤데레’(겉으론 무뚝뚝하나 속정이 깊은 사람)가 인기였다면 이제는 직선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직진남’의 시대다. ‘직진남’의 사랑법은 단순하다. 연애 전 거쳐야 하는 ‘밀당’이나 ‘썸’을 타는 과정도 없다.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볼 때는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듯하다. 최근 시청자들의 인기를 끄는 드라마 남자 주인공들의 공통점이다.

○ 대세는 ‘직진남’

“저 ‘심쿵’(심장이 쿵 떨어질 정도로 매력적인 것) 직진남.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최근 방영 중인 SBS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에 달린 댓글이다. 여기서 직진남은 연상의 강민주(김희애)에게 저돌적으로 마음을 드러내는 박준우(곽시양)를 일컫는다. 준우는 “밀당하는 거 싫다. 사귀자”며 “누가 좋을 땐 그냥 다 막 좋은 것”이라며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는 직진남의 또 다른 매력은 다른 여자에겐 매우 차가운 것. 준우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여성에겐 “좋아하는 사람 생겼으니 연락하지 마라”며 단칼에 거절한다.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벌써 ‘고려 직진남’이란 별명을 얻은 왕소(이준기·왼쪽)와 해수(아이유). SBS 제공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벌써 ‘고려 직진남’이란 별명을 얻은 왕소(이준기·왼쪽)와 해수(아이유). SBS 제공
이번 주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아예 직진남을 홍보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남성 주인공 왕소(이준기)의 해수(아이유)를 향한 마음을 “위험함 속에서 싹트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직진남 행보”라고 소개했다. 누리꾼들도 고려시대 인물인 극 중 왕소에게 ‘고려 직진남’이란 별명을 붙였다.

직진남 캐릭터가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KBS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의 김상민(성훈)부터. 앞뒤 재지 않고 한 여자만 바라보는 캐릭터로 나온 그는 “난 하루 종일 니 생각만 해” “밤새 얼굴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결혼” 등 닭살 멘트를 날리며 연태(신혜선)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한다. 직장인 서경혜 씨(33·여)는 “드러내지 않고 챙겨주는 것도 좋지만 거침없이 ‘들이대는’ 상민 캐릭터를 보면 대리 연애를 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직진남’ 캐릭터의 공통점은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배려다. 7월 초 종영한 tvN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이성재(주현) 역시 ‘중년의 젠틀한 직진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혼에 찾아온 사랑 희자(김혜자)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데 희자가 싫다고 하면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며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 ‘밀당’과 ‘썸’ 넘치는 세태 반영

직진남들이 뜨기 전 대세는 ‘츤데레’였다. 덕선(혜리)을 퉁명스럽게 구박하면서도 비 오는 날 말없이 우산을 챙겨 독서실 앞으로 가는 ‘응답하라 1988’의 김정환(류준열)은 츤데레의 상징으로 꼽혔다. 은근과 끈기가 매력인 츤데레에 비해 직진남은 솔직함과 배려로 승부한다. 최근 직진남들이 인기를 끈 것은 ‘밀당’(남녀 간 묘한 심리싸움) ‘썸’(연애 전 미묘한 감정) ‘어장관리’ 등 불확실한 연애가 넘치는 세태에서 확실한 느낌을 주는 연애에 대한 욕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 씨는 “요즘 젊은 세대는 좀 더 좋은 조건의 사람을 따지고 찾는 데 익숙하다. 편안하고 순수한 사랑, 계산 없는 사랑을 주는 캐릭터가 오히려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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