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곡이 든 원더걸스의 싱글 ‘Why So Lonely’의 디지털 음원 표지.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작년에 아이돌 음악계가 내놓은 가장 관능적인 앨범은 원더걸스의 ‘Reboot’였다. 기계적으로 반짝이는 신시사이저 음색을 앞세운 1980년대 ‘프리스타일’ 장르의 재해석은 숨결처럼 뜨거웠다. 원더걸스는 악기를 들고 작사, 작곡에 직접 참여하는 밴드 콘셉트로 전환했다. 정작 음반 녹음엔 다른 연주자들이 임했다는 점, 좋은 곡과 안 좋은 곡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은 옥에 티였다.
최장수 걸그룹 원더걸스가 세 곡짜리 싱글 ‘Why So Lonely’(5일 발매·JYP엔터테인먼트)로 돌아왔다. e단조의 구닥다리 멜로디에 레게 리듬을 결합한 ‘Why So Lonely’는 ‘올드 이즈 더 뉴 뉴’(옛것이 새로운 새것)라는 21세기 힙스터 문화 공식을 정확히 짚는다. 느긋한 레게 리듬과 더브(dub·레게 음악에서 과장된 공간감을 위해 쓰는 음향효과), 신파조 선율, ‘뭐야 니 맘은 도대체’란 메시지의 총합은 댄스도, 발라드도, 랩도 아니면서 세 가지 장르와 그 정서를 통틀어낸 영민한 선택이었다.
뻔한 1절에 방심한 폐부를 찔러오는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예리한 후렴구, 섬세한 화성운용은 음반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 세 곡 모두 멤버들이 작사, 작곡하되 전문가(홍지상, Frants)가 도왔다. 편곡은 전문가들이 도맡았다. 이번에 처음 멤버들이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 녹음을 직접 해냈다.
수작이지만 여전히 원더걸스 관련 최고 앨범의 자리는 핫펠트(예은)의 ‘Me?’(2014년)의 것이다. 원더걸스를 상상한다. 이제 전문 공연장에서 직접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콘서트 장면. 고리타분한 ‘진정성 놀이’를 제안하는 건 아니다. 그냥 이제는 그게 더 멋져 보일 것 같아서. 댄스음악이란 본디 무대 위 사람들만 ‘댄스’하기 위한 음악이 아니므로. ♥♥♥♡(10점 만점에 6.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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