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관객 눈귀 훔친 ‘빛과 색채의 카니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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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밴드 콜드플레이 웸블리 공연

15∼19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 모습. 4년 만에 웸블리 무대에 선 이들은 놀라운 빛과 색채로 연출 기법을 쇄신했다. 내년 아시아 투어 때 첫 방한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26일에는 아델에 이어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메인 무대를 장식한다. Carsten Windhorst/WENN.com
15∼19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 모습. 4년 만에 웸블리 무대에 선 이들은 놀라운 빛과 색채로 연출 기법을 쇄신했다. 내년 아시아 투어 때 첫 방한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26일에는 아델에 이어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메인 무대를 장식한다. Carsten Windhorst/WENN.com
18일 오후 6시(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파크 역에서 웸블리 스타디움(8만 명 수용)까지 뻗은 600m 길이의 직선도로에서부터 이날 공연은 사실상 시작됐다. 도보를 메운 인파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콜드플레이의 히트 곡 ‘Viva La Vida(삶이여 만세)’를 제창하며 행진했다. 영국 국가가 바뀌기라도 한 듯.

15∼19일 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는 2시간 동안 신기루처럼 빚어진 거대한 빛의 성채였다. 이날 무대는 연말까지 이어질 콜드플레이 월드투어의 노른자위. 롤링 스톤스, U2, 마돈나와 함께 ‘내한한 적 없는 콘서트 빅4’로 꼽히는 이들의 웸블리 공연 현장을 동아일보가 한국 매체 중 단독으로 취재했다.

오후 8시 33분, 푸치니의 아리아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울리는 가운데 보컬 겸 리더 크리스 마틴을 위시한 네 멤버가 무대 위로 튀어나왔다. 신작 타이틀곡 ‘A Head Full of Dreams’ 연주가 시작됐고 마틴이 스타디움 한가운데 특설된 40m짜리 돌출무대를 향해 내닫자 ‘런웨이’를 따라 무지개색 드라이아이스가 하늘로 치솟았다.

빛과 색채의 카니발이었다. 이날 제5의 멤버는 8만 명의 관객이 찬 발광 팔찌. 입장 전 배포된 팔찌는 노래 분위기와 박자에 맞춰 색을 바꾸고 명멸함으로써 2시간 내내 스타디움을 수놓았다. 노래가 절정에 달할 때면 이곳은 어김없이 별빛의 바다가 됐다. ‘Yellow’가 연주될 때는 노란빛 8만 개가 일제히 발산됐다.

마틴은 새처럼 양팔을 펼친 채 돌출무대와 본무대 사이를 날듯 뛰어다녔다. ‘내가 당신을 치유해 보겠다’고 위로하는 ‘Fix You’, 역설적 삶의 찬가 ‘Viva…’의 하이라이트에서 마틴은 돌출무대 위로 무릎 꿇고 쓰러지며 열창했고 그가 본무대로 다시 껑충 날아드는 순간 무대 양편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홈그라운드임을 의식한 듯 그는 바지 뒤춤에 잉글랜드 깃발과 유니언잭을 꽂았다. 웸블리 스타디움의 명물인 대형 공중 아치는 무지개인 양 7색 조명을 밝혔다.

마틴의 피아노는 수백 송이의 꽃으로 장식됐다. ‘The Scientist’의 절정에서 비둘기 모양 색종이 수만 개가 하늘을 덮었다. 최근 별세한 별들에 대한 헌정도 있었다. 무하마드 알리의 생전 영상을 배경으로 프린스의 ‘Raspberry Beret’가 연주됐고,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는 관객들이 함께 불렀다.

현지 관객 존 에머선트 씨(66)는 “딥 퍼플부터 레이디 가가까지 많은 공연을 봤지만 빛과 불꽃이 어우러져 이만한 환상을 자아낸 콘서트는 처음”이라고 했다.

콜드플레이는 1996년 런던에서 결성돼 8000만 장 넘는 앨범을 팔고 그래미어워드를 일곱 번 받았다. 이날 밤 그들은 스타디움 콘서트 최강자로서 레드 제플린, 퀸, U2의 계보를 잇는 데 그치지 않았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서 딴 ‘Viva La Vida’란 노래 제목처럼 이 빛의 콘서트는 세계인에게 헌정된 생동 예찬이었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 하비는 “‘생의 꽃’, 만화경, 색채 스펙트럼, 피보나치수열의 요소를 연출에 도입했다”고 했다.

24곡, 2시간의 공연이 끝난 뒤 길로 나선 관객들은 ‘Viva…’를 끝없이 제창했다. 단순한 귀가가 아니었다. 강철 무지개를 닮은 삶의 행진이었다.

런던=임희윤 기자 imi@donga.com
#viva la vida#콜드플레이#푸치니 아리아#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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