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풍 노래와 배경… 가볍게 즐기기에 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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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스트리트’]존 카니 감독의 세번째 음악영화
풋풋한 교복밴드 日학원물 닮아… 월시필로의 노래와 연기도 합격점
단 썰렁한 코미디 장면 주의할 것

고교생 코너(페리다 월시필로·앞줄 가운데)는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친구들과 밴드 ‘싱 스트리트’를 결성해 노래를 만든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바닷가에서 직접 뮤직비디오를 찍는 이들. 젊음은 왜 늘 별과 바다를 향할까. 이수C&E 제공
고교생 코너(페리다 월시필로·앞줄 가운데)는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친구들과 밴드 ‘싱 스트리트’를 결성해 노래를 만든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바닷가에서 직접 뮤직비디오를 찍는 이들. 젊음은 왜 늘 별과 바다를 향할까. 이수C&E 제공
글렌 핸사드(음악가이자 영화 ‘원스’의 주인공)는 은근히 솔직한 사람이었다.

지난해 한국에 온 핸사드를 만나 물었다. “영화 ‘비긴 어게인’ 봤어요? 어땠어요?” 그는 잠시 뜸들이다 이렇게 말하며 엷게 웃었다. “음… 뭐랄까. 할리우드 영화잖아요.”

‘싱 스트리트’(19일 개봉)는 ‘원스’(2007년) ‘비긴 어게인’(2014년)의 존 카니 감독이 낸 세 번째 음악영화다. 카니가 이번에는 친구 핸사드의 충고를 조금 들은 것 같다.

‘원스’가 무뚝뚝한 아일랜드산 독립영화, ‘비긴 어게인’이 솜사탕 같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향취를 풍겼다면 ‘싱 스트리트’는 맛이 또 다르다. 청춘의 어설픔과 열정이 막막한 현실을 외면하고 바다를 꿈꾸는 심심한 스토리. 요약하면 고교생 몇 명이 교복 입고 밴드 만들어 학교 축제에서 공연하는 얘기. 속도감도 분위기도 꼭 일본 학원물 같다.

배경은 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 최악의 불황과 높은 실업률에 아일랜드 사람들이 무작정 배 타고 영국 런던으로 향한다는 TV 뉴스가 나온다. 주인공인 고교생 코너(페리다 월시필로)는 가세가 기운 통에 학비가 싼 가톨릭학교로 전학한다. 거기 교훈(校訓)은 ‘비릴리테르 아제’(라틴어로 ‘남자답게 행동하라’). 체벌과 폭력이 난무하는 곳. 코너는 학교 앞을 서성이는 미녀 라피나(루시 보인턴)에게 반해 “밴드를 하는데 뮤직비디오 여주인공이 필요하다”고 거짓말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는데….

크게 기대하면 실망한다. 기대하지 않으면 볼만하다. 작은 극장이나 거실에서 별생각 없이 여자친구와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주인공 월시필로가 노래, 연기 다 되는 데다 훈훈하게 잘생겼다.

음악은 ‘원스’와 ‘비긴 어게인’의 사이다. 애덤 러빈(머룬5)이 부른 ‘Lost Stars’ 한 곡을 빼면 ‘싱 스트리트’의 음악은 ‘비긴 어게인’을 압도한다. 영화에 간간이 흐르는 듀란듀란, 큐어, 아하의 음악을 닮은 고교 밴드의 자작곡들은 1980년대 풍이지만 촌스럽지 않다. 첫사랑에 달뜬 마음을 햇살 같은 사운드에 담은 ‘Up’이 특히 도드라진다.

썰렁한 코미디 장면이 많으니 주의할 것. 코너와 에이먼(마크 매케나)을 비롯한 교복 밴드가 초보임에도 단숨에 수준급의 작사, 작곡, 편곡, 연주를 해내는 것은 현실감이 떨어진다. 실제로 음악을 주로 만든 건 감독 카니와 1980년대 아일랜드 인기 음악가 게리 클라크. 먹먹한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청춘찬가 ‘Go Now’는 카니, 핸사드, 러빈이 함께 만든 노래다.

‘스쿨 오브 락’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린다 린다 린다’를 모두 재밌게 봤다면 추천한다. ‘백 투 더 퓨처’에 대한 오마주도 나온다. 배경이 된 ‘싱 스트리트’ 고교는 연출자 카니가 실제로 다녔고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한 곳이다.

MTV가 등장한 1980년대는 검은 레코드 안에 갇혀 있던 음악에 총천연색 영상이 결합된 시기다. 반짝이는 팝의 왕국인 영국과 미국 사이에 위치했지만 어디에도 끼지 못한 1980년대 아일랜드 젊은이들에게 꿈이란 뮤직비디오였을 것이다. 무모하고 대담하지만 TV를 끄면 사라져버리는 것. 달콤하지만 가벼운 솜사탕 같은 무언가. ♥♥♥♡(6.9점/10점 만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싱 스트리트#존 카니#음악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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