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만난 그룹 에픽하이. 뒤로 보이는 대형 의자 모양의 설치미술 작품을 만든 작가가 촬영 중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에픽하이 맞죠? 공연 보고 팬 됐어요.” 왼쪽부터 미쓰라 타블로
투컷. ⓒMax Whittaker
기적 비슷했다.
3인조 그룹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투컷)가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에서 올해 일으킨 선풍 말이다.
“(지난달 17일 공연에서) 시작할 때 열댓 명뿐이던 관객이 끝날 무렵 수천 명까지 늘어나 깜짝 놀랐어요.”(타블로) “얼떨떨하지만 하여튼 뭔가 이루고 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죠.”(미쓰라)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지난달 15∼24일 열린 코첼라는 세계 최대 대중음악 축제. 24일 오후, 에픽하이의 두 번째 무대가 끝난 뒤 세 사람을 현장에서 만났다. 에픽하이의 무대는 코첼라 측에서 올해 초 출연을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이하 SXSW)에서 열린 수천 개 공연 중 에픽하이의 무대가 돋보인 게 계기가 됐다. 지난해 SXSW, 일본 서머소닉에 이어 코첼라까지 밟은 것. “코첼라에서 일요일 오후 1시 반 무대가 배정돼 처음엔 굉장히 떨렸어요. 저희도 일어나기 힘든 시간대인데 과연 관객들이 와줄까.”
타블로는 “다른 페스티벌에 비해 규모가 엄청나 일단 확 ‘쫄았다’”며 “첫날 출연자 대기실을 찾았는데 옆에 글쎄 카니에 웨스트(카녜이 웨스트)가 걷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에픽하이는 이날 ‘UP’으로 시작해 ‘BORN HATER’ ‘Fan’ ‘One’ ‘비켜’ ‘부르즈 할리파’까지 다양한 곡으로 6개 주요 무대 중 하나인 ‘사하라 텐트’의 1시간을 열기로 꽉 채웠다. 올해 코첼라를 대표한 거대 의자 작품을 만든 쿠바의 유명 설치미술가 알렉산드르 아레체아는 에픽하이를 찾아와 “공연을 보고 바로 팬이 됐다”고 했다. 이날 객석에서 만난 미국인 톰 폴저 씨(50)도 “가슴을 때리는 비트가 너무 맘에 든다”고 했다.
한국 팀의 코첼라 출연은 2011년 듀오 EE(이윤정 이현준)에 이어 에픽하이가 두 번째다.
“아시아인 관객은 많지 않지만 아시아 음악인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어요. 올해 출연진 중 토키몬스타, 노사지 싱도 한국 교포예요.”(타블로) 지난해 닥터 드레에게 발탁돼 코첼라에 온 신성 앤더슨 팍 역시 한국계다.
무대를 세계로 넓힌 에픽하이의 다음은 뭘까. “올해 안으로 9집을 내려고 해요.” 2014년 ‘신발장’ 이후 2년 만의 정규음반. 이들은 “29일까지 일본 순회공연을 연 뒤 7월엔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소극장 연속공연 ‘현재상영중 파트 2’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타블로가 지난해 설립한 YG 산하 음반사 ‘하이그라운드’의 방향도 궁금했다. 혁오, 검정치마를 영입하며 인디 팝·록을 조명하는 행보가 독특해서다. “검정치마를 정말 좋아했는데 3년 동안 신작 소식이 없어 무작정 수소문해 만났어요. 발라드부터 헤비메탈까지 어떤 장르의 팀이든 저희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환영이에요. 처음 하이그라운드를 시작할 때 섭외 1순위는 ‘노라조’였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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