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말하는 부국과 빈국의 결정적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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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강주헌 옮김/232쪽·1만3000원·김영사

여러 학문주제 중 가장 어려운 난제는 누구나 궁금해하는 사항을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왜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 같은 해묵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 같은 천재가 아니라면 이런 레드오션에서 성과를 거두기는 매우 힘들다. 대작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특유의 방대한 지식을 바닥에 깔고 이 책에서 명쾌한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생리학자로 출발해 생물학, 문화인류학, 역사학, 지리학을 섭렵한 대가답다.

저자는 국부(國富)의 원인을 크게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위도에 따른 부의 차이(온대지역이 열대지역보다 잘사는 현상)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규명한다. 즉 빙하기와 간빙기 때 빙하의 침식으로 토양이 비옥해진 온대지역은 농업 생산성이 열대지역보다 높다는 것. 열대지역의 높은 기온은 병원균과 곰팡이의 번식력을 왕성하게 해 곡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남부보다 북부가 더 잘사는 미국이나 이탈리아의 사례처럼 한 국가 안에서도 위도가 낮은 곳(적도에 가까운 곳)의 생산성이 더 낮은 걸로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열대지역의 열악한 공중보건도 생산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평균수명이 41세에 불과한 아프리카 잠비아처럼 한창 일해야 할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는 경제성장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부 붕괴와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 예측변수가 ‘유아 사망률’이라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분석결과도 흥미롭다. 이에 따라 저자는 후진국에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것 이상으로 공중보건 강화를 돕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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