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거장 지스몬티 내한…아마존 밀림처럼 광대한 음악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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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음(得音)을 위해 오물을 먹거나 폭포수 밑에서 노래한 이들이 있다.

20세기 브라질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혈혈단신 아마존 밀림에 들어가 민속 음악과 삶의 방식을 배운 이가 있다. 기타, 피아노, 관악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연주하는 브라질 출신 재즈 거장 에그베르투 지스몬티(69·Egberto Gismonti) 이야기다. 원주민 언어도 몰랐던 그가 인디오의 마을에 받아들여진 과정은 영화 ‘미션’(1986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22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처음 내한 공연을 여는 지스몬티와 e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아마존에서의 생활은 내 삶과 음악세계를 송두리째 바꾼 경험”이라고 했다. “그들은 제게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 나무와 과일, 꽃과 동물, 삶을 숭배하는 법을 가르쳐줬습니다.”

지스몬티는 5세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플루트, 클라리넷, 기타를 차례로 섭렵했다. 21세 때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클래식을 배우는가 하면 30세, 33세, 35세 때 세 차례에 걸쳐 총 74일간 아마존 밀림에서 인디오와 부대끼며 그들의 음악을 익혔다.

“동유럽의 스트라빈스키나 바르톡, 17세기 이탈리아의 제수알도나 비발디, 프랑스의 라벨이나 메시앙, 독일의 바흐나 베토벤, 그리고 각국 민속 음악까지 제 음악의 자양분이 됐어요.”

지스몬티는 ‘Dança Das Cabeças’(1977년)부터 최근작까지 음반을 주로 독일의 세계적인 음반사 ECM에서 발표했다. 노르웨이의 얀 가바레크, 미국의 찰리 헤이든과 협업했다. 그는 피아노의 화성을 기타에서 구현하기 위해 직접 고안한 열 줄, 열두 줄짜리 기타 연주로도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타와 피아노, 플루트 연주를 두루 들려주겠다”고 했다. 그의 음악 영토를 정의하기 힘들다. 프로그레시브 록부터 민속음악, 재즈, 클래식, 발레나 연극, 영화를 위한 음악까지 다양한 청각적 요소가 밀림처럼 얽혀있다. 부드럽고 쉬운 선율로 귀를 어루만지다가는 이내 복잡한 화성과 리듬을 이용하며 신비롭다 못해 두렵기까지 한 낯선 세계로 듣는 이를 이끌고 간다.

이번 콘서트는 원래 듀오 공연으로 기획됐다. 파트너 나나 바스콘셀로스가 3월 폐암으로 갑작스레 작고함에 따라 지스몬티의 솔로 무대로 급히 변경됐다. 71세를 일기로 별세한 바스콘셀로스는 팻 메시니의 명곡 ‘Are You Going with Me?’(1982년)에도 참여한 브라질의 전설적인 타악 연주자. 아마존 밀림을 청각적으로 표현한 ‘Dança Das Cabeças’를 시작으로 지스몬티와 여러 명작을 일궈낸 그는 지금 없다. “스튜디오에서 나나와 아마존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함께 이야기하며 음악을 만든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번 서울 공연이 바스콘셀로스에 대한 추모 무대가 됐다.

”친구이자 파트너, 평생의 의형제인 사람에 관해 말로 표현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지난 45년간 제가 만난 사람들 중 몇몇은 그의 직업과 같은 뭔가가 됐습니다. 나나는 음악이 됐습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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