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한 세기가 지나도록… 李箱은 ‘현재진행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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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대 신양학술정보관에서 열리는 ‘이상학회 정기학술대회’는 천재 문인 이상(1910∼1937)을 예술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다. 이상 문학의 음악적 사유를 분석할 뿐 아니라, 화가 고흐와 칸딘스키, 백남준 등 이상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예술가들이 서로 어떤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펼쳐진다. 학회장 신범순 서울대 교수는 “이상 문학의 사상 예술적 풍경들 속에서 좀 더 풍요로운 언덕들이 발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불었던 윤동주 바람도 있었지만 이상은 일제강점기 문인 가운데서도 두드러지게 매력적인 인물로 꼽힌다. 스물일곱 살에 요절했기에 후세대 사람들에게는 늘 젊은이로만 기억되는 모습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후 80년이 다 되도록 예술가와 연구자,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것은 난해한 문학성 때문이다.

최근 개정판이 나온 김연수 씨의 장편 ‘�빠이, 이상’을 비롯해 김석희 씨의 단편 ‘이상의 날개’, 박성원 씨의 소설집 ‘이상, 이상, 이상’ 등이 앞서 나왔다. 이치은 씨의 장편 ‘권태로운 자들 소파 씨의 아파트에 모이다’ 중 6장 ‘연심(蓮心)의 남편’(연심은 이상의 연인 금홍의 다른 이름)과 2000년대 이후 이른바 ‘미래파’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이상에 대한 후배 문인들의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17일 이상의 기일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서촌 ‘이상의 집’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왜 이상일까. 추모 행사를 기획한 평론가 함돈균 씨는 “이상이라는 작가가 문학의 본격적인 과제로 인식했던 것은 성(性), 과학, 도시 등인데 이것은 그전까지는 전통적인 문학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테마”라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1930년대 이상이 발견한 모티브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상 문학의 자력(磁力)은 21세기 들어 더욱 강해졌다.

‘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를 펴낸 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그가 지성적인 작가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천재성이나 감수성의 후광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소설 ‘종생기’에서 당나라 시인 최국보의 ‘소년행’을 패러디하는 대목이나 전방위예술가 라슬로 모호이너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문 등에서 국경과 장르를 넘나드는 ‘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상은 이렇듯 폭넓게 섭렵한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현대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의 문학적 명성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근거이며, 21세기의 우리 작가들에게 여전히 강렬한 영향을 주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이상학회 정기학술대회#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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