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생활 감시 vs 사회적 이익 빅데이터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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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브루스 슈나이어 지음/이현주 옮김/476쪽·1만9000원·반비

주문형 비디오(VOD)로 영화를 보면 인터넷TV(IPTV)는 좋아할 만한 다른 영화를 추천해준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으면 관심을 가질 만한 다른 기사 목록이 함께 뜬다. 새 스마트폰을 산 뒤 자신의 계정에 로그인만 하면 연락처 일정 메모 등을 모두 복원해준다. 편리한 세상이다.

편리를 위해 서비스 공급자들은 나의 정보를 갖고 있거나 수시로 읽어낸다. 누군가가 이 같은 정보를 가지고 나를 감시하려 든다면 어떻게 될까. 책은 빅데이터로 어떻게 대량 감시가 가능해졌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소개한다.

정보 수집은 사용자 모르게 이뤄진다. 일부 손전등 앱 등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해 광고 회사에 팔았다. 특정 웹페이지를 쉽게 사용하고자 만들어진 인터넷 쿠키는 이제 여러 업체들이 사용자를 식별하고 이 사용자들이 인터넷에서 무엇을 하는지 추적하고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광고를 내보내는 도구로 발전했다.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업들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를 만나는지 나보다 더 잘 안다. 페이스북은 아마 하려고만 한다면 이력서를 대신 써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 수집이 싫으면 안 쓰면 되지 않느냐고? 이미 e메일, 인터넷 쇼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없이 사는 건 엄청나게 불편해졌다.

정부의 감시는 현실이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과 휴대전화 도·감청 실태를 폭로했다. 중국인 대다수는 정부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 시스템에 따라 달라이 라마 등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최근 논란 끝에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등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일자, 메시지를 암호화한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사이버 망명자’도 적지 않다.

문제는 감시 시스템이 남용되기 쉽다는 것. NSA는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유엔의 통신을 감청했고 월가 점령 시위자, 낙태 관련 운동가, 평화운동가, 정치적 시위자를 상대로 감시 활동을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암호기법의 작동 원리를 소개한 ‘응용암호학’ 등의 저서를 낸 미국의 보안 전문가인 저자는 인종, 종교, 계급, 정치적 신념 등에 따른 차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대량 감시 사회는 위험하다고 말한다.

정보 수집이 꼭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최근에는 경찰이 범인을 잡는 게 예전보다 수월해졌다.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신용카드 등 금융정보 수집 덕분이다. 저자도 사람들의 이동 기록 수집이 도시계획에 도움이 되고, 인터넷 게시물과 SNS에 대한 조사가 사회 변화 연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인정한다.

책은 수집된 데이터를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이용하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라이버시를 기본 인권으로 인정하고 데이터 수집과 오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부는 ‘당신의 모든 데이터를 갖게 해준다면 범죄와 테러로부터 당신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될 리가 없다”며 “프라이버시 보호를 의회와 대중이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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