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면 움직이는 ‘극장 메뚜기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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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좌석 차등제’ 부작용… 이코노미 관객 빈 프라임석 이동
뒤늦게 온 자리 임자와 실랑이도

CGV강남 3관 좌석 분포. 총 172석의 좌석 중 ‘프라임’(붉은색)은 총 60석으로 ‘스탠더드’(녹색)의 68석과 큰 차이가 없다. CGV영등포 스타리움관 등 일부 상영관은 ‘프라임’ 좌석 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CGV 온라인 예매화면 캡처
CGV강남 3관 좌석 분포. 총 172석의 좌석 중 ‘프라임’(붉은색)은 총 60석으로 ‘스탠더드’(녹색)의 68석과 큰 차이가 없다. CGV영등포 스타리움관 등 일부 상영관은 ‘프라임’ 좌석 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CGV 온라인 예매화면 캡처
“저기요, 여기 제 자린데….”(프라임석 영화표를 구입한 A 씨)

“아, 죄송합니다….”(다른 존의 표를 사고 프라임석에 앉은 B 씨)

3일 극장체인 CGV가 영화관 좌석을 ‘이코노미’ ‘스탠더드’ ‘프라임’으로 나눠 가격 차등화를 시행한 뒤 영화관에서 자리를 이동하는 ‘메뚜기족’이 늘고 있다. 이코노미 스탠더드석 영화표를 구매한 일부 관객이 비어 있는 프라임석을 찾아 이동하는 것. 가장 비싼 프라임석과 가장 싼 이코노미석의 가격 차이는 2000원이다.

불이 꺼진 상영관에서 일부 관객이 상급 좌석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상영 초반 영화관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뒤늦게 입장해 자리를 찾던 관객은 다른 존의 표를 끊고 본인 자리에 앉은 관객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CGV에서 영화를 본 전영은 씨(30)는 “영화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제 돈 주고 프라임석 표를 구입하면 손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박영옥 씨(59)는 “한 영화관 안에서도 가격체계가 복잡해져 헷갈린다”며 “다른 영화관을 찾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CGV가 좌석 차등화를 시행한 배경은 관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것. 공연장이나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이미 구역별로 가격이 차등화됐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이에 대해 한 공연 관계자는 “입체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이 진행되는 공연장에서는 좌석에 따라 볼 수 있고 없는 부분이 나뉘어 가격 차등에 따른 유·불리한 점이 있다”며 “하지만 “평면 스크린인 영화관에서 좌석에 따른 체감 정도가 가격 차만큼 클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CGV에는 공연장이나 경기장처럼 구역별 출입구가 다르거나 이를 통제하는 직원이 없다.

관객은 CGV의 가격 차등화 조치를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선호하는 좌석 대부분이 프라임존으로 묶여 사실상 1000원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좌석 중 프라임존의 비중도 크다. CGV 영등포 스타리움관의 경우 총 545개 좌석 중 프라임존이 가장 많은 186석을 차지한다. 반면 스탠더드와 이코노미는 162석, 165석이다(나머지 스윗박스 28석, 장애인석 4석). CGV 관계자는 “고민 끝에 관람료 일괄 인상과는 다른 정책을 시행하게 됐다”며 “좌석 이동에 따른 혼란 등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추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cgv#좌석 차등화#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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