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 “내 主관심은 형법 연구… 정치에 참여할 뿐 전업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요즘!어떻게?]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SNS에 올린 글을 보고 제가 여의도에 있는 줄로 아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거의 매일 연구실에 있다”며 “쉰이 넘었지만 학문적 호기심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SNS에 올린 글을 보고 제가 여의도에 있는 줄로 아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거의 매일 연구실에 있다”며 “쉰이 넘었지만 학문적 호기심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평소 억울할 것 같아서 만나자고 했고, 만나 보니 억울해 보였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1) 얘기다. 2003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학문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던 그는 여전히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외모로 더 회자된다. 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

―어떻게 지내나.

“법철학자 아이리스 영의 ‘정의와 차이의 정치학’을 번역 중이고, 책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이 내 박사학위 논문을 출판하겠다고 해 보완 중이다. 박사과정 학생 13명을 지도하고 있다. 벌여 놓은 게 많다.”

―일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 9시까지 강의가 없으면 연구실에서 논문과 책을 읽고 쓴다. 단순한 삶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하루에 얼마나 하나.

“한 30분? 짬짬이 한다. 트위터는 1년에 반 정도는 쉰다. 요즘은 페이스북에 별생각 없이 쓴 글도 기사화되니 조심스럽다. 나도 공개 일기장 같은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남 욕도 하고.”

―페이스북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계도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고 썼다.

“비상 상황에서 정당에 계몽 절대군주가 영입돼 비상한 정치효과를 내고 있다. 정상은 아니다.”

―본인 연구로 뭔가 달라졌나.

“2005년 ‘위법수집…’ 내고, 2007년 위법수집 증거를 배제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2000년 ‘남편의 아내 강간이 성립한다’는 논문을 냈고, 2013년 이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내 연구 방법론은 헌법 정신, 사회과학, 국제인권법에 기반을 두고 형법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소수의견을 내고 5, 10년 뒤 법과 판례가 바뀌는 일이 적지 않았다.”

―아예 국회의원이 돼서 법을 바꾸는 게 빠르지 않나.

“선출되는 사람은 유권자를 고려하기 때문에 자기 발언을 규제할 수밖에 없다. (선거에 나가면) 학문적 소신을 부분적으로 접어야 한다.”

―소신을 안 접으면 되지 않나.

“맞는 말인데, 당선되면 달라진다. 정치의 주 관심은 내 형법 연구 같은 게 아니다. 나도 전업(정치)을 하게 되면 관심이 달라질 것이다. 형법 연구가 내 역할이다. 대학 연구실과 여의도는 협업이 필요하지만 분리될 필요도 있다. 정치는 중요하지만 다는 아니라는 게 소신이다.”

―지난해 쓴 책에서 “(선거에서)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분명히 거절했다”고 했다. 준비되면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인가.

“2017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다시 정치에 개입할 것이다. 나는 정치 참여를 해 왔고, 앞으로도 할 거다. 그러나 전업(정치인)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은 조기축구회, 초중고 동창회 가고, 하루저녁에 약속 5, 6개 잡으면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들과 벌거벗고 호흡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중에 정치인의 능력이 생겼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지 않나.

“그럴 확률은 0.001%도 아니고 0%다.”

―출마는 영원히 안 한다는 얘긴가.

“그리 생각해도 상관없다.”

―대중을 만나는 게 문제라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하면 되지 않나.

“비례대표도 출마다. 나는 그 위에 올라탈 생각이 없다.”

―폴리페서라는 지적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교수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은 법으로 보장된다. 나는 당원도 아니고 휴직도 안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은 방학 때 했다.”

조 교수가 참여적 지식인인지, 폴리페서인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 다만 한 조사에서 2002∼2012년 그의 발표 논문 인용횟수는 법학분야 1위였다. 조 교수는 “바깥의 환호에 빨려들기보다 내면의 동력과 호기심에 충실해야 성공한다고 본다”고 했다.

:: 조국 교수 약력 ::


1986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93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국제사면위원회 양심수 선정
1997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법학박사
2001년 서울대 법대 교수
2007년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 대법원 양형위원
2012년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상임대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국 교수#계도 민주주의#폴리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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