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연극무대 서는 배우 문소리 “카센터에 온 기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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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소리(42)가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2010년 연극 ‘광부화가들’에 이어 6년 만이다. 복귀작은 국립극단과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 제작한 연극 ‘빛의 제국’.

이 작품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문소리는 20년간 서울에서 살다 북한의 귀환 명령을 받고 삶을 정리하는 간첩 김기영(지현준 역)의 아내 장마리 역을 맡았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그는 “카센터에 온 기분”이라며 웃었다. “배우 문소리, 인간 문소리의 전반적 문제점을 점검 받고 있는 중이에요. 동료 연극인들이 서로 끈끈하게 협력하며 연습하는 모습을 통해 ‘내가 그동안 사람을 너무 차갑게 대했구나’라고 반성하게 되죠. 제 삶의 결핍을 발견해요. 연극 무대는 늘 제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것 같아요.”

그가 복귀작으로 ‘빛의 제국’을 선택한 데에는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의 구애가 컸다.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 예술감독인 노지시엘은 극을 준비하며 국립극단 측에 1순위로 요구한 것이 ‘문소리 캐스팅’ 이었다.

문소리는 “감독님이 영화 ‘오아시스’ ‘다른 나라에서’ ‘박하사탕’에 나온 저를 눈여겨보셨다고 하더라”며 “미국보단 프랑스에서 제가 더 유명한 것 같다”고 했다. ‘빛의 제국’은 3월 4일부터 약 한 달간 국내 공연을 가진 뒤 5월 17일부터 5일간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 무대에 오른다. 문소리 지현준 등 한국 배우들이 그대로 현지 무대에 올라 한국어로 연기한다.

그는 ‘어떤 작품을 하느냐 보다, 누구와 작업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곧잘 이야기하는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 부부로 출연하는 배우 지현준과의 ‘케미(궁합)’는 어떨까. “지현준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나랑 부부로 잘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저와는 연기 스타일이 다르거든요. 얇은 철사는 원하는 모양대로 잘 구부려지지만, 굵은 철사는 그렇지 않잖아요. 근데 현준씨는 굵은 철사인데도 저와 합(合)이 잘 맞아서 원하는 대로 구부러지는 그런 사람이에요.”

문소리는 영화배우로 이름을 알렸지만, 배우 인생은 극단 ‘한강’에서 수습단원으로 출발했다. 1996년 연극 ‘교실이데아’가 그의 데뷔작이다. 그는 “중3때 처음 본 연극이 최민식 선배가 출연한 ‘에쿠우스’였다”며 “당시 느낀 충격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93학번인 그는 “학교가 대학로에 가깝다보니 연극을 관람하기 좋은 환경이었다”며 “수업 빼먹고 연극 보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인 장준환 영화감독과 대학로에서 종종 연극을 즐긴다. “집이 경기도 평택인데, 남편이랑 대중교통으로 연극을 보러 갈 수 있게 서울로 이사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수년간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서 그런지 매일 설레요.”

공연은 3월 4일~27일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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