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알콩달콩 티격태격 부부文人들이 사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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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제게 글을 보여줄 때 가차 없이 얘길 해요. … 집사람은 마음이 넓어요. 기분이 나쁠 법도 한데 받아들여 주더라고요.” 부부 작가로 살면서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묻자 소설가 강태식 씨(44)가 이렇게 답했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독막로의 한 카페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다. 그의 아내이자 소설가인 서유미 씨(41)도 “남편이 첫 번째 독자이기 때문에 보여주고 얘기도 나눈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중편 ‘틈’(서유미), ‘두 얼굴의 사나이’(강태식)를 나란히 출간했다.

문단엔 부부 문인들이 적지 않다. 사람 모이는 곳은 어디나 비슷해서 같은 일을 하는 남녀가 업무 관계로 자연스럽게 만나다 보면 정도 쌓게 되고 부부의 인연까지 맺는 경우도 있다. 위로는 조정래 소설가-김초혜 시인, 정찬-양순석 소설가, 김기택-이진명 시인 부부부터 박형서-김미월 소설가, 김종옥-손보미 소설가 등 30, 40대 작가들도 있다.

문인 부부로 살면서 좋은 게 뭘까. 작가들의 답변은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부부의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남편 장석주 시인과 함께 에세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출간한 박연준 시인은 “서로의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마감이 다가오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심정, 낮에는 게을리 지내는 듯하다 밤이면 원고에 매달리는 생활 패턴, 밤늦게까지 어울리는 문인들의 술자리…. 모르는 사람들에겐 이해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문인들끼리는 잘 아는 사정이어서 편하다”는 것이다. 서유미 씨의 얘기대로 “배우자가 첫 독자이기 때문에” 가감 없는 조언과 공감 어린 격려를 함께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평범한 부부도 살다 보면 싸우게 마련인데 문인 부부라고 애로가 없을까. 예술인들이 대개 그렇듯 문인들도 낭만적이다. 현실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단 얘기다. 가령 기자가 만난 문인 중 주식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부양가족이 생기면 생활력이 필요한데, 창작에 몰입하다 보면 생활력은 차선이 된다. 한 사람이 창작에 열중할 때 배우자 문인이 생활 감각을 갖고 있으면 좋은데 둘 다 창작에 매진할 때가 문제다.” 이럴 때는 자칫 가족의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문인 A 씨의 설명이다.

기 싸움도 있다고들 한다. 남편과 아내가 문명(文名)을 다툴 수 있어서다. 이럴 땐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가 된다. 불화의 원인도 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작가들 얘길 들으니 변화가 느껴진다. 문인 B 씨의 얘기다. “예전엔 여성 작가에게 육아나 생활 부담이 많이 갔는데 요즘 작가 부부들은 가사일을 공평하게 나눠서 하고 아이 키우는 일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어렵고 문학이 위기이다 보니 부부가 동지 의식을 많이 느낀다.” 때로 싸울 때도 있지만 부부는 최고의 파트너다. 서로를 통해 자극을 얻고 격려를 받는 이들 부부 문인의 모습이 문단에 흥미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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