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10주기… 추억의 퍼포먼스 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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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4월 3일까지 추모전… ‘TV로봇 시리즈’ 등 40여점 전시

갤러리 현대의 ‘백남준 10주기 추모전’에는 1990년 백남준이 ‘늑대 걸음으로’ 퍼포먼스를 하며 썼던 오브제들이 전시돼 있다. 갤러리 현대 제공
갤러리 현대의 ‘백남준 10주기 추모전’에는 1990년 백남준이 ‘늑대 걸음으로’ 퍼포먼스를 하며 썼던 오브제들이 전시돼 있다. 갤러리 현대 제공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87)이 28일 오후 줄로 묶은 바이올린을 서울 종로구 삼청로 길바닥에서 질질 끌었다. 이윽고 갤러리현대 건물 안으로 들어간 그는 바이올린을 책상에 내리쳐 단숨에 박살냈다. 비디오아트를 창시한 백남준(1932∼2006)이 1962, 1963년 벌인 퍼포먼스 ‘걸음을 위한 선’ ‘바이올린 독주’를 재연한 것. 김 화백은 백남준이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할 당시부터 그와 가깝게 지냈다.

백남준이 세상을 뜬 지 29일로 10년이다. 갤러리현대는 4월 3일까지 추모 전시 ‘백남준, 서울에서’를 연다. 그의 대표작인 ‘TV로봇 시리즈’를 비롯해 비디오 조각 및 평면 작품 40여 점을 전시한다.

백남준이 1990년 7월 갤러리현대 뒷마당에서 벌인 진혼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에서 사용했던 제기(祭器), 옷, 갓, 곰방대, 삽 등 소품들이 26년 만에 영상 기록과 함께 전시돼 주목된다. 그는 우연성을 중시한 플럭서스(Fluxus·전위예술운동)를 함께 전개했던 요제프 보이스를 추모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당시 퍼포먼스 영상을 촬영했던 프랑스인 장폴 파르지에 씨도 추모전을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당시 백 작가가 ‘서울에서 엄청나게 재밌는 굿판을 차릴 테니 빨리 와서 촬영해’라고 팩스를 보내 왔다”며 “백 작가는 내가 강의하는 비디오 아트 장르를 개척한 마스터”라고 회고했다.

백남준의 예술적 스승이자 동지인 존 케이지, 샬럿 무어만을 TV 조형물로 형상화한 두 작품도 전시된다. 권영숙 갤러리현대 실장은 “다른 TV 조각들이 대체로 유머러스한 분위기인데 반해 두 작품은 매우 우아하고 정제돼 있다”며 “백 작가가 생전 가장 아끼던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잡동사니 벽’은 국내 처음으로 전시되는 작품이다. 1995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미술관에서 연 개인전에 선보였던 것으로 백남준의 작품 세계에서 흔치 않은 현장 설치 작품이다. 그가 즐겨 사용했던 자동차, 불상, 가마, 구형 전자기기 부품 등의 오브제들이 전시장 바닥에 쏟아질 듯 뒤엉켜 있다.

28일 백남준의 과거 퍼포먼스를 재연하는 김창열 화백.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8일 백남준의 과거 퍼포먼스를 재연하는 김창열 화백.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8일 추모전에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백남준의 지인들이 여럿 참석했다. 백남준에 관한 저서 2권을 낸 이용우 히말라야미술관 관장은 “백 작가는 윤명로 화백이 1978년 ‘신동아’에 그에 관한 글을 쓰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며 “당시 백 작가는 전위적인 퍼포먼스로 ‘동양에서 온 테러리스트’로 불렸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백남준#추모전#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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