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판 개봉했을 때는 포털 사이트 댓글을 다 읽었어요. 좋은 댓글은 아내에게 보여주며 자랑도 하고요.”
우민호 감독(45)은 조금 들떠 있었다. 질문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파괴된 사나이’(2010년) ‘간첩’(2012년) 그리고 ‘내부자들’. 3수 끝에 받아든 성적표가 관객 890만 명(‘내부자들’ 약 700만 명, 19일 현재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약 190만 명)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를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예상외의 흥행인가.
“‘내부자들’ 본판은 물론 감독판까지 이렇게 흥행할 줄은 몰랐다. 본판은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고, 감독판은 30, 40만이면 잘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방송에서 패러디도 많이 하고 재관람하는 관객도 많았다.
“캐릭터의 힘인 것 같다. 통쾌함이나 정의 실현 같은 면으로 분석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관객이 등장인물들의 욕망에 은연중에 이입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나 쾌감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원래 시나리오를 쓸 때도 캐릭터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본판과 감독판의 가장 큰 차이는 오프닝과 엔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디 오리지널’은 안상구의 독백으로 시작해 이강희의 독백으로 끝난다. 두 장면을 합치면 8분 정도 분량인데 둘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장면이라 어느 하나만 남길 수는 없었다. 결국 본판에서는 편집했다.”
―엔딩은 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숨겨놓는 거라던데….
“맞다. 감독판의 엔딩에서 제 의도를 상당히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유치해 보일 수 있다. 처음에 편집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이강희를 비롯한 내부자들을 향해 있던 칼날이 관객을 향하기를 바랐다.”
―화제가 됐던 장면 중 하나가 배우들이 전라로 등장하는 별장 파티 장면이다. 배우나 감독이나 선뜻 찍기 힘들었을 텐데….
“배우분들은 흔쾌히 응해줬다. 저 역시 원작에서 느꼈던 분노를 전하기 위해서 쭈뼛거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수치심이 거세된 권력층이 얼마나 무섭고 섬뜩한 존재인지를 전달하는 장면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좀 아쉬운 게, 이경영 씨나 백윤식 씨 모두 운동을 하셨는지 몸이 좋으셔서 원작처럼 늙고 추한 엉덩이가 나오질 않더라.(웃음)”
―이르지만 차기작 계획이 있나.
“인터뷰에서 강한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액션 영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벌써 시나리오가 두 편 들어왔다.(웃음) 어릴 적 안상구처럼 주말의 명화를 즐겨봤었다. 오프닝 음악이 들리면 심장이 두근두근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진짜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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