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1000회 연재… 최장수 웹툰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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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을 때까지… 사흘간 아이디어 짜내 털어넣어”

《 웃을 일 귀한 세상이다. 18일 연재 1000회를 맞은 최장수 웹툰 ‘마음의 소리(마소)’는 그런 시절 속에서 더 큰 가치를 얻었다. 999화의 독자 댓글 대부분의 요지는 하나다. “조석 작가(32)님, 웃음을 줘서 고마워요.” 편의점 아르바이트, 의경 복무 등 개인 경험을 코믹하게 비틀어 서툰 그림으로 옮긴 소박한 생활개그만화를 네이버에 처음 올린 게 2006년 9월. 아홉 해 동안 주 2회 연재하며 한 번도 마감 지각이나 휴재가 없었다. 총 누적조회 수는 50억 회, 댓글 수는 1000만 개가 넘는다. 작품에 차례로 등장한 부모와 형, 아내가 된 여자친구 ‘애봉이’, 애완견 ‘센세이션’은 이제 한국을 벗어나 중국 만화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
‘마음의 소리’라는 제목은 블로그 연재 때 생각을 표현한 말풍선 옆에 끼적인 메모에서 가져왔다. 조석 작가는 “누가 ‘어떤 만화 그리세요’ 물었을 때 민망하지 않게 답할 수 있는 개그만화 제목이 뭘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아래는 1000화 내용 일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마음의 소리’라는 제목은 블로그 연재 때 생각을 표현한 말풍선 옆에 끼적인 메모에서 가져왔다. 조석 작가는 “누가 ‘어떤 만화 그리세요’ 물었을 때 민망하지 않게 답할 수 있는 개그만화 제목이 뭘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아래는 1000화 내용 일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조 씨는 “지금의 내가 1화 속 스물셋 조석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을 1000화에 담아봤다”고 했다.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 손 오그라드는 표현을 못한다. 그렇지만 만화를 그리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얼마나 고마운지 자꾸 잊는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독자들은 혹시 ‘에이, 왜 이렇게 진지해’ ‘1000환데 하나도 안 웃겨’ 할지 모르겠다. 하하.”

―개그만화를 휴재 없이 9년 넘게 그리는 감정 조절이 어떻게 가능한지 놀랍다. 슬픈 일이 생겨 도저히 못 그리겠다 싶을 때는 없었나.


“기분 안 좋을 때 아이디어가 오히려 잘 나온다. 평온할 때는 현상을 비꼬는 유머가 안 풀려 내용이 평이해진다. 좋지 않은 내용의 댓글이 많이 달려서 ‘그릴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은 두어 번 있다. 하지만 대개는 ‘더 재미있게 그려야지’ 하고 털어내는 편이다. 아내가 가끔 ‘너무 무덤덤하다’고 핀잔주는데, 댓글에 휘둘리지 말자고 반복해 다짐하다 보니 성격이 좀 변했다.”

―연재 약속 지키려고 미리 그린 원고를 쟁여 놓는 작가도 있다던데….


“예비 원고? 전혀 없다. 한 회 준비하는 사흘 동안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죄다 털어 넣어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 기복은 당연히 있다. ‘웃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실수도 종종 한다. 초반엔 주 2회 연재한 걸 깊이 후회했는데, 언제부턴가 ‘이번에 좀 못 웃겼으니 사흘 뒤에 확 만회해야지’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더라.”

―월수입이 7800만 원이라는 소문은 사실인가.


“내 수입이 그렇다고 말한 적 없다. 그렇지만 언제부턴가 작업 성적표가 돈으로 매겨져 나오는 걸 알게 됐다. ‘만화가는 돈 못 벌어요’ 얘기하기 싫다. 그러니 얼마나 버는지 감추고 싶지는 않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어서 ‘지금 그릴 수 있는 제일 재미난 만화를 그렸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언제까지 ‘마소’를 그릴 생각인가.

“1년 전에 그린 걸 다시 죽 봤을 때 ‘아 재미없다’ 싶으면 그만둘 거다. 제목은 같지만 지금의 ‘마소’는 9년 전과 전혀 다른 만화다. 몇 차례 큰 변화를 줬다. 스릴러를 시도하고, 출판만화 레이아웃을 적용해 보고…. 아내한테 ‘이번 포맷 변화 어떠냐’고 물어봤다가 ‘뭐 바뀌었어?’ 소리를 듣긴 했지만. 하하.”

―신혼여행도 못 갔다던데, 미안한 마음이 크겠다.

“아내가 여행 정말 좋아하는데 잘 이해해 준다. 같이 해외 간 건 작년에 박람회 일 겸해서 중국 1주일 간 게 처음이다. 거기서도 둘이 호텔 방에 앉아서 다음 편 그렸다. 이제 6개월 된 딸 율이도 있고. 아내는 벌써 둘째 계획 얘기하니까…. 내년엔 생전 처음 건강검진을 받아볼 생각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조석#마음의소리#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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