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기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처음에는 한국 독자를 얼른 만나라고 했다. 그러더니 내가 ‘내 소설을 더 읽게 만들겠다’고 말하자 가지 말라고 하더라.”
10일 서울 중구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그의 소설 ‘오르부아르’(열린책들)의 국내 번역본 출간에 맞춰 내한한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64)는 시종일관 유머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작품도 유쾌, 발랄하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젊은이들의 기막힌 사기극을 그린 ‘오르부아르’는 풍자와 긴장감이 넘친다. 2013년 콧대 높은 프랑스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이 이 작품에 수여되자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그의 경력도 흥미롭다. 2000년대 중반까지 공무원과 도서관 사서를 하다가 55세에 첫 소설 ‘이렌’으로 데뷔했다. 이 소설은 22개 출판사에서 외면 당하다 겨우 빛을 봤다.
“늦은 나이라는 표현을 용서할 수 없다. 내가 만사에 좀 느리다. 59세에 늦둥이도 얻었다.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 50년쯤은 기다리라고 한다. 하지만 기자 여러분의 기사는 이러면 안 된다.”
그의 후속작품 ‘웨딩드레스’ ‘실업자’ 등은 유럽의 주요 추리문학상을 휩쓸었다. 이 작품들은 심리묘사에 치중하거나 사변적인 표현을 즐겨 쓰는 프랑스 주류 소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나는 헤밍웨이의 영향을 받았다. 그의 소설에서 등장인물은 어떤 생각을 하기보다 행동한다. (영화감독) 히치콕의 ‘설명해주기는 다 부질없는 짓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독자는 인물의 행동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추론한 능력이 있다.” 시간적 묘사가 풍부한 그의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마다 뒷부분에 텍스트를 차용하거나 아이디어와 영감을 준 작가에 대한 ‘감사의 말’을 남긴다. 표절과 이런 차용이 어떻게 다른 지 물었다.
“소설을 쓰다보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황이 있는데, 이는 읽었던 책과 영화에서 온 것이다. 나는 떠오른 단어로 구성된 표현과 이미지를 쓰지만 남의 텍스트를 베끼지 않는다. 반면 표절 작가는 절대 누구를 참고했다고 쓰지 않는다.”
“공쿠르상을 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 수상을 복권당첨에 비유하지만 나는 책을 먼저 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내 소설에 담긴 유쾌한 요소와 함께 교육적인 요소가 관심을 끈 것 같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저지르는 부조리와 음모를 다룬 점이 내 작품에 담긴 보편적인 메시지다. 어떤 독자는 재미에, 어떤 독자는 이런 메시지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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