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어렵고 복잡한 양자의 세계… 그 속에 다채로운 과학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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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101가지 질문과 답변/케네스 W 포드 지음·이덕환 옮김/365쪽·2만 원·까치

세상에 수소 말고도 다양한 원소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원자핵 내에서 시멘트처럼 양성자들을 붙잡는 중성자 덕이다. 양성자들끼리는 전기적 반발력 탓에 원자핵을 형성할 수 없다. 전자들이 같은 상태일 수 없다는 ‘파울리의 배타 원리’가 있기에 다른 원자와 쉽게 교환될 수 있는 외각 전자가 생겨난다. 생명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놀라운 다채로움이 여기서 비롯됐다.

이 책은 현대 양자물리학의 핵심을 질문과 답변으로 요약했다. 양자물리학에 관한 뉴스가 어려운 것처럼 이 책도 자주 난해하다. “6개의 향기를 가진 6개의 쿼크는 3가지 경입자 세대와 마찬가지로 3가지 세대로 구분된다.…쿼크는 향기 이외에 색깔이라는 또 다른 양자적 성질을 갖고 있다.”

사실 양자(덩어리)에 대한 설명은 쉽게 하려야 할 수가 없는 것일 테다. 그것은 매끄럽고 연속적으로 보이는 거시 세계의 작동 원리와 너무나 다르다. 반도체 연구자가 아닌 다음에야 책을 읽어도 실생활에서도 써먹을 만한 데도 거의 없다. 물론 “맞닿은 너와 나의 손 사이에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입자가 명멸하고 있다”는 식으로, 연애할 때 ‘뻐꾸기를 날릴’ 수는 있겠다.

이 주제가 순수한 앎의 즐거움을 목적으로 한 독서의 ‘끝판왕’ 격이라는 데 동의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미국물리학협회 회장을 지낸 저자는 양자에 관해 “정말 동일하고, 비교적 적은 수의 성질에 의해서 완전하게 설명되는 대상을 찾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 궁극적인 지식을 ‘바닥’이라고 표현한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을 건너뛰고 물리학자들의 위트에 가끔 웃음 짓다 보면 세계의 바닥에 닿으려는 그들의 탐구에 대한 경외가 남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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