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9기 국수전… 여유만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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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민형 4단 ● 김지석 9단
본선 16강 4국 8보(122∼138)


흑 ○에 백이 123의 곳에 둬 평화를 유지하려는 것은 앉아서 지는 길. 좌하 백 진이 좀 깨지더라도 반상을 흔들어야 한다.

백 124는 정수. 순간의 방심으로 참고도 백 1로 높게 두기 쉽지만 흑 6의 급소 한 방이면 바둑이 끝난다.

흑 125로 단수치고 나오자 좌하 백 집이 사라졌다. 이제 백은 흑 돌을 통째로 잡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백 126이 흑의 근거를 파호하는 급소. 다른 곳에 두면 흑이 쉽게 산다. 그러나 흑 돌은 잡힐 듯 잡힐 듯하나 잘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백 진 속에 가둬놓을 순 있는데 그 포위망이 너무 성기다.

흑 돌이 쫓기는 와중에도 흑 129, 131로 선수 이득을 본다. 이런 게 승부사의 덕목이다. 유리하다고 느슨해지는 게 아니라 챙길 수 있는 건 최대한 챙기는 태도. 백이 134로 굴욕적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백 138까지 일단 흑을 가뒀다. 겉에서 보기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진행. 백의 포위가 허술하긴 해도 어쨌든 출구 없이 갇히면 답답하지 않을까. 하지만 김지석 9단은 태연하기만 하다. 그는 무엇을 보고 여유만만한 것일까. 그는 조급한 기색 없이 마지막 뒷맛까지 음미하듯 천천히 수를 읽더니 이윽고 한 수를 놓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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