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만 10편 찍었는데 “큰 화면속 내 얼굴 아직 어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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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학교’서 열연 박소담

평범하지만 묘한 매력의 얼굴 덕분에 첫 주연작인 ‘경성학교’에 이어 ‘베테랑’ ‘검은 사제들’ 등 올해 화제작에 잇달아 출연하는 배우 박소담. 그는 ‘검은 사제들’에 출연하느라 삭발하는 바람에 가발을 쓰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평범하지만 묘한 매력의 얼굴 덕분에 첫 주연작인 ‘경성학교’에 이어 ‘베테랑’ ‘검은 사제들’ 등 올해 화제작에 잇달아 출연하는 배우 박소담. 그는 ‘검은 사제들’에 출연하느라 삭발하는 바람에 가발을 쓰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감정을 섬세하게 내비치는 쌍꺼풀 없는 눈,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앳된 얼굴, 낮고 힘 있는 목소리.

최근 개봉한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연출 이해영)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그 소녀’를 궁금해할 것이다. 따돌림 당하는 주인공 주란(박보영)을 따뜻하게 감싸면서도 자신의 비밀에 힘겨워하는 기숙학교의 급장 연덕 역의 배우 박소담(24) 얘기다. 선배 연기자 사이에서 존재감을 빛내며 감정의 낙차가 큰 ‘경성학교’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던 그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큰 화면에 내 얼굴이 계속 나오는 것이 어색했다. 아직 적응 중”이라는 박소담은 회사원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아래서 3남매 중 맏이로 자랐고, 추운 겨울에도 운동화를 신지 못하게 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굳이 특이한 이력을 꼽자면 초등학생 때 잠시 멀리뛰기 선수를 해 서울 송파구 대회에서 2등을 한 적이 있고, 학교 축제 때마다 밴드 보컬로 무대에 섰다는 것 정도일까. “고등학교 1학년 때 뮤지컬 ‘그리스’를 본 뒤 며칠 동안 계속 가슴이 뛰어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도 색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해 휴학 한번 하지 않고 졸업할 때까지 무려 단편영화 15편과 연극 여러 편에 출연한 에너지는 범상치 않다. 장편영화 출연작도 벌써 10편이 넘는다. 지난해 ‘일대일’(연출 김기덕), ‘상의원’(연출 이원석) 등에 조연으로 얼굴을 비쳤고 올해는 첫 주연작 ‘경성학교’ 외에도 ‘베테랑’(연출 류승완), ‘검은 사제들’(연출 장재현), ‘사도’(연출 이준익) 등에 캐스팅됐다.

“10대 소녀 역할, 특히 아픈 사연을 감추고 있거나, 뭔가 귀신에 씌는 역할을 많이 연기했어요. 평범하면서도 어딘가 묘한 느낌이 있다고들 해주세요.”

그사이 배우로서 경험치는 훌쩍 늘었다. ‘검은 사제들’ 촬영 도중에는 삭발까지 감행했다. 인터뷰 내내 “지금 이 나이에 이 얼굴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경험해 보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하던 그에겐 삭발한 머리 역시 다른 역할로의 연결점이다. “제가 이런 머리를 또 언제 해보겠어요? 삭발한 상태로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을 텐데 이대로 머리가 자라는 게 아쉬워요. 주변에선 여전사 느낌이 난다고도 하던데….”

그는 뚜렷한 이목구비의, ‘연예인다운 외모’가 아니어서 배우의 꿈을 꾸면서도 대학 입학 때까진 자신이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제 좀 더 긴 꿈을 꾸고 있다.

“농담처럼 ‘못 걸어 다닐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얘기하곤 해요. 지금 제가 10대 소녀 역할을 많이 맡는 것처럼 제가 30대, 40대가 되면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이 또 있겠죠? 그러니 최대한 현재를 즐기면서, 나이가 들어 대사를 외우지 못할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경성학교#박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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