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과 나현 6단, 두 전주 출신 프로 기사 간의 대결이다. 20년 후배를 의식해서일까. 이창호는 초반 눈목자에 눈사태형 정석까지 복고풍을 들고 나왔다. 그러곤 좌변에 흑 세력을 쌓았다. 백이 이곳에 뛰어들면서 국면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이창호는 후방을 탄탄히 해놓는가 싶더니 45로 근접 공격에 들어갔다. 여기서 나온 56이 욕심. 참고 1도처럼 백 1로 두는 것이 정수였다. 실전에서 57을 당하자 응수가 군색해졌다. 안형의 급소이자 멋진 응수타진. 결국 백은 58로 이을 수밖에 없었다. 급소를 맞은 백의 템포가 느려졌다.
나현은 이후에도 방향착오를 범했다. 좌상귀에서 밀어간 70이 그것. 이 수로는 참고 2도처럼 백 1, 3으로 우변을 둘 자리였다. 백이 70부터 74까지 실리를 너무 밝히는 바람에 흑에게 75라는 대세점을 허용했다. 이 수가 놓이자 우변이 흑 세력권으로 변했다. 주도권을 잡은 흑은 백의 미생마 2개를 무리하지 않게 압박하면서 모양을 결정지어갔다. 특히 두 백 대마 중간에 허공을 둔 듯한 117은 허허실실의 수. 그의 바둑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창호는 이 바둑의 승리로 오랜만에 국수전 본선무대를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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