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듣던 목소리 말고 새로운 캐럴 없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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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 주목할 만한 2014 캐럴 앨범

《 전 세계가 12월만 되면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1984년)를 30년째,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1994년)를 20년째 틀었다. 조지 마이클과 머라이어 캐리의 목소리가 이제 아주 신물이 난다면 새로운 캐럴, 새로 나온 캐럴을 골라 들을 때다. 》
미국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의 캐럴은 아이돌 음악처럼 상큼하되 사람 목소리로만 돼 있어 자극이 덜하고 담백해 파티에 어울린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미국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의 캐럴은 아이돌 음악처럼 상큼하되 사람 목소리로만 돼 있어 자극이 덜하고 담백해 파티에 어울린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외국 것부터 보자. 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영화 ‘겨울왕국’에서 주인공 엘사의 목소리를 연기한 미국 뮤지컬 가수 이디나 멘젤이 최근 캐럴 앨범 ‘홀리데이 위시즈’를 냈다. 캐리의 ‘올 아이 원트…’, 디즈니 만화 주제곡 ‘웬 유 위시 어폰 어 스타’, 조니 미첼의 ‘리버’, 고전 캐럴 ‘해브 유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 ‘사일런트 나이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르는 멘젤의 목소리는 차갑게 휘몰아쳐 겨울 분위기를 더 춥게 만든다. 특히 셀린 디옹 스타일로 가차 없이 고음을 내지를 때 그렇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후계자로 불리는 따뜻한 목소리의 캐나다 남자 가수 마이클 부블레와 듀엣한 ‘베이비 이츠 콜드 아웃사이드’가 위안이 된다. 남녀 꼬마가 멘젤과 부블레를 립싱크하며 천연덕스레 연기하는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는 것도 좋다. 가장 좋은 감상법은 ‘렛 잇 고’를 부르던 얼음 공주의 파랗고 귀여운 외모를 떠올리며 ‘엘사가 직접 부르는 캐럴이야’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 거다.

독일의 여성 재즈 가수 리사 발란트가 요즘 낸 ‘홈 포 크리스마스’는 좀더 따뜻하다. 세계에서 크리스마스용품 가게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날아온 이 앨범에 실린 ‘리버’(조니 미첼)를 멘젤의 것과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온다. 안락한 음색의 기타와 피아노가 중심이 된 재즈 연주와 스캣(즉흥 가창)은 익숙한 캐럴을 적당히 낯설게 하되 너무 어렵지 않다. 벤 하퍼의 ‘웨이팅 온 언 에인절’, 토리 에이모스의 ‘윈터’ 같은 팝을 캐럴의 새 고전으로 재해석한 것도 눈에 띄지만, ‘슈틸, 슈틸, 슈틸’ 같은 독일어권 전통 캐럴을 여럿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맨 위쪽부터 이디나 멘젤의 ‘홀리데이 위시즈’, 리사 발란트의 ‘홈 포 크리스마스’, 바버렛츠의 ‘훈훈 크리스마스’. 워너뮤직코리아·굿인터내셔널·에그플랜트 제공
맨 위쪽부터 이디나 멘젤의 ‘홀리데이 위시즈’, 리사 발란트의 ‘홈 포 크리스마스’, 바버렛츠의 ‘훈훈 크리스마스’. 워너뮤직코리아·굿인터내셔널·에그플랜트 제공
요즘 뜬 미국 혼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가 낸 ‘대츠 크리스마스 투 미’는 리얼 그룹(스웨덴)의 미국 팝 버전이다. 클래식, 재즈의 영향이 짙은 화성의 건축적 매력은 리얼 그룹에 비할 바 아니지만 담백한 맛이 있다. 캐럴의 고전 ‘윈터 원더랜드’에 ‘돈트 워리 비 해피’(보비 맥퍼린)를 섞어 내고 차이콥스키의 ‘사탕 요정의 춤’을 팝의 비트에 녹여내는 센스가 매력적이다. 정작 멘젤의 앨범에는 없는 ‘렛 잇 고’ 아카펠라 버전도 담았다.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신작 ‘홀리데이’는 유쾌한 반전이다. ‘부기 원더랜드’와 ‘윈터 원더랜드’는 친구였다.

정교한 화성으로 승부하는 한국의 ‘인디 걸그룹’ 바버렛츠가 낸 미니앨범 ‘훈훈 크리스마스’도 틀어 볼 만하다. ‘징글벨’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재해석, 자작곡 ‘훈훈 크리스마스’ ‘겨울나기’의 분위기가 만만찮다. 20일 오후 5시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공연도 연다.

혹여 심기가 뒤틀려 성탄절에 저주라도 퍼붓고 싶다면 인디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태춘이 낸 미니앨범 ‘산타는 너의 유리창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를 사운드트랙 삼는 게 좋다. 나른한 랩 스틸 기타 위로 컨트리와 블루스를 섞은 비아냥대는 음색과 창법으로 ‘하얀 눈이 니 모든 죄를 덮어줄 거같이 얘기하네’(‘성탄절’) ‘시베리아 숲에서 태어난 너는 사냥을 나온 산타에게 붙잡혀’(‘사슴루돌프’)를 노래하는 김태춘은 성탄의 반역자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캐럴#펜타토닉스#이디나#리사#바버렛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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