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생 뭐 있나… 고통이 있기에 삶은 존재하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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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이동용 지음/464쪽·1만8000원·동녘

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이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찬 감옥’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살고자 발버둥친다. 맹목적이고 무의식적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안달복달한다.

우리 기쁜 젊은 날, 쇼펜하우어(1788∼1860)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그의 눈에 비친 이 세상은 온통 ‘눈물의 골짜기’였다. 그렇다고 자살한다는 것은 도피였다. 그건 곧 고통에 희생된 것을 뜻했다. ‘참된 구원’이 아니라 ‘외관적 구원’에 불과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쇼펜하우어는 깊은 고뇌에 잠을 못 이뤘다. 그리고 1819년 그의 나이 서른하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이 책에서 당대 독일 최고의 영웅이었던 헤겔(1770∼1831)을 ‘정신적인 괴물’ ‘벌레’라고 몰아세웠다. 헤겔식 낙천적 낭만주의 철학이 일종의 ‘엉터리 물건’이며 ‘인류 고뇌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바그너, 니체, 릴케, 프로이트, 헤세, 토마스만 등 내로라하는 독일문화계 대가들이 쇼펜하우어에 열광했다. 니체는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2주일 동안 하루 4시간씩만 자며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난 쇼펜하우어의 아들과 제자가 되었노라’고 선언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알기 쉽게 풀이한 길잡이다. 쇼펜하우어의 난해한 사상의 핵심을 생선뼈 발라내듯이 발라내 입에 넣어준다. 그렇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고통을 직시하라. 그 뿌리인 욕망의 싹을 잘라내라. 세상은 완전하게 실재한다. 거짓도 없고 가상도 없다. 이성은 허구다. 고통은 망상이요 허상이다. 어떤 사물이나 일에 대해서 눈곱만치도 기대하지 마라. 체념이 곧 지혜요 깨달음이다. 희망이니 뭐니 그 따위 쓸데없는 삶의 의지를 버려라. 자발적인 단념이 참된 평정을 가져온다. ‘완전한 무의지의 상태’에 이르도록 한다. 그러려면 뼈가 시리도록 고독하라.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무심하라! 갓 난 송아지가 세상을 바라보듯 물끄러미 바라보라. 그 순간, 광야의 거친 ‘돌’이 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될 것이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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