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돌아온 무대… 연극이 늘 그리웠어요”

  • 동아일보

2월 7일 개막 ‘은밀한 기쁨’ 추상미

추상미가 돌아왔다. 연극 ‘은밀한 기쁨’에서 세상을 뜬 아버지의 후처를 떠맡는 둘째 딸 역할을 맡았다. 그는 “남편(배우 이석준)은 코미디를 보면 똑같이 흉내내고 모창도 잘하지만 나는 그런 게 전혀 안 된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추상미가 돌아왔다. 연극 ‘은밀한 기쁨’에서 세상을 뜬 아버지의 후처를 떠맡는 둘째 딸 역할을 맡았다. 그는 “남편(배우 이석준)은 코미디를 보면 똑같이 흉내내고 모창도 잘하지만 나는 그런 게 전혀 안 된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니콜 키드먼이 연극 ‘블루룸’을 연기한 극장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극장이 생각보다 훨씬 작더라고요. 관객 코앞에서 세계적인 배우가 올 누드로 연기한 것은 데이비드 헤어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극 ‘은밀한 기쁨’으로 5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추상미(41)는 이 작품을 쓴 영국 작가 헤어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었다. ‘에이미’ ‘블루룸’ 등을 쓴 헤어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표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17일 만난 추상미는 “무대가 늘 그리웠다”고 말했다. ‘은밀한 기쁨’은 아버지의 죽음 후 세속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언니와 남편, 소박하게 살아가는 동생이 겪는 갈등을 그렸다. 큰딸(우현주)은 아버지의 후처인 알코올의존증 환자 캐서린(서정연)을 동생 이사벨에게 떠넘긴다. 추상미는 이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이사벨을 연기한다. 극중 이사벨은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지녔지만 가족관계, 생활 방식에선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는 인물이다. 실제 자신과 겹치는 모습이 많아 보였다. 배우 이석준과의 사이에 25개월 된 아들을 둔 그는 아이가 어릴 때 엄마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출산 후 모든 활동을 접었다.

“이사벨은 별것 아닌 일에도 거짓말을 못하는 등 저와는 비교할 수 없게 양심의 기준이 높아요. 지금까지 이기적인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포용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김광보 연출은 추상미에 대해 “배역을 충분히 이해한 후 뛰어난 동물적 감각으로 표현해낸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 말을 전하자 추상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남편이 ‘별 쓸데없는 걸 다 생각한다’고 핀잔을 줄 정도로 배역에 대해 고민해요. 곧바로 배역에 확 몰입이 안 돼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거든요.”

추상미는 ‘은밀한 기쁨’에 대해 사람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의 힘이 센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연극이지만 현실 세상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아, 이렇게 말하면 골치 아픈 작품이라고 안 보는 거 아녜요? 야한 장면도 있어요. (언니의 보좌관을 맡은) 조한나 씨가 하는 거지만요, 하하.” 추상미는 이번 작품이 끝나면 장편 영화 연출에 도전할 계획이다. 2월 7일∼3월 2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은밀한 기쁨#추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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