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과 만난 옛난로와 램프… 따스한 정감이 모락모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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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가 있는 아뜰리에’전 & ‘프로토-라이트’전

《 묵직한 문을 밀고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실내가 반겨준다. 방방마다 오래된 벽난로와 철제 스토브가 여기저기 놓여 있고 바닥에는 카펫 대신 작은 캔버스를 조각조각 연결한 대형 그림이 깔려 있다. 앤티크 스토브와 현대 회화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 마치 19세기 서양으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의 ‘스토브가 있는 아뜰리에’전은 건축, 미술, 앤티크 생활용품이 3중주를 이루며 정감 어린 풍경을 빚어낸다. 1905년에 지은 옛 벨기에 영사관을 중구 회현동에서 관악구 남현동으로 이전해 사용하는 전시장, 화가 장화진 김태호 씨의 작품들, 장 씨가 수집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 동서양의 스토브 컬렉션이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진 자리다. 》      
       

장르의 경계를 넘어 현대미술과 생활공예의 융합을 시도한 전시는 깔끔한 공간 연출로 옛것과 오늘의 조화, 일상과 예술의 소통을 이뤄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세월의 더께를 품은 해묵은 난로들이 강렬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월 20일까지. 무료. 02-598-6247

○ 현대미술과 골동품의 화음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의 ‘스토브가 있는 아뜰리에’전은 현대미술과 앤티크 생활용품을 버무린 전시다. 전시장 1층바닥에화가장화진씨가옛타일을모티브로 그린 회화작품이 놓여 있고, 그위로장씨가수집한오래된스토브가자리잡고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의 ‘스토브가 있는 아뜰리에’전은 현대미술과 앤티크 생활용품을 버무린 전시다. 전시장 1층바닥에화가장화진씨가옛타일을모티브로 그린 회화작품이 놓여 있고, 그위로장씨가수집한오래된스토브가자리잡고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남서울생활미술관 1층에는 장화진 씨, 2층에는 김태호 씨의 작품을 선보였다. 장 씨는 덕수궁 정관헌과 중명전 등 근대 역사와 관련된 회화작품과 현 남서울미술관의 옛 타일을 모티브로 한 신작을 내놨다. 김 씨의 경우 손때 묻은 문구류와 책, 작품들이 어우러진 작업실을 설치작품처럼 옮겨왔다. 각 전시는 독립적이지만 앤티크 스토브들이 두 전시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매개체 구실을 한다.

생활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앤티크 스토브들은 두 작가의 작품을 보다 빛나게 하는 조연이자 그 자체로 개성을 뽐내는 당당한 주연이다. 온 가족이 모여 몸을 녹이던 벽난로와 거실용 난로, 주부의 손길이 닿았던 주방용 스토브 등. 기능도 디자인도 다양하다. 장독대 항아리처럼 튼실한 몸매를 자랑하는 주물 스토브에 미니멀리즘 계열 조각작품 같은 단순한 프랭클린 벽난로가 있는가 하면 섬세한 레이스 장식을 새겨놓은 듯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히터도 보인다. 각각의 난로와 히터는 이들을 만든 이와 사용했던 사람의 생활 속 미감과 취향을 떠올려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스토브의 불은 모두 꺼져 있어도 전시장을 돌다보면 훈훈한 온기가 느껴진다. 근대기 공간에 자리한 근대의 생활공예품과 현대예술이 격조 있는 공간을 연출한 덕분이다.

○ 현대미술과 조명의 만남

‘아트클럽 1563’의 ‘프로토-라이트’전에서 선보인 조명 설치작품.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아트클럽 1563’의 ‘프로토-라이트’전에서 선보인 조명 설치작품.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겨울이면 창밖으로 스며 나오는 불빛만 봐도 위안과 평화가 느껴진다. 서울 서초동 ‘아트클럽 1563’의 ‘프로토-라이트’전(14일까지)과 서울 논현동 갤러리로얄의 ‘금속공예가의 조명-빛을 내는 사물’전(2월 9일까지)은 조명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다. 조명기구를 통해 일상과 접속하거나 공명하려는 현대예술의 현주소를 접할 수 있다.

‘아트클럽 1563’이 개관 3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프로토-라이트’전의 경우 빛을 담은 조명의 실용적 측면뿐 아니라 조명이 시각 예술의 뉴 미디어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6명의 국내외 작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한 조명작품을 선보였다. 빛을 통해 실제로 비가 오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다라 황의 조명 설치작품, 빨간색 플라스틱 바구니 같은 일상의 재료로 만든 이상진 씨의 조명작품, 의자와 조명을 한데 접목한 이석우 씨의 색다른 디자인 작업이 눈길을 끈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장화진#김태호#프로토-라이트#스토브가 있는 아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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