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전문가 12명이 선정한 2013 최고의 클래식 연주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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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하이팅크가 이끈 런던심포니 1위

올해 최고의 클래식 연주회로 꼽힌 런던심포니 내한공연. 우리 시대의 지휘 거장 하이팅크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에서 광활하고 정교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빈체로 제공
올해 최고의 클래식 연주회로 꼽힌 런던심포니 내한공연. 우리 시대의 지휘 거장 하이팅크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에서 광활하고 정교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빈체로 제공
2013년에도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라 ‘음악의 순간’을 선사했다.

올 한 해 밤마다 부지런히 콘서트홀로 발길을 옮긴 전문가 12명에게 물었다. 각각 5개의 공연을 추천받았다. “올해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한 최고의 클래식 연주회는 무엇이었나요?”

이들이 지목한 올해 최고의 연주회는 8표를 얻은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2월 28일, 3월 1일)이었다. 84세의 지휘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36년 만에 한국을 찾았고,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도 17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났다. 지난해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런던심포니를 이끌고 내한했을 때의 선 굵고 거친 사운드와 달리 올해 이 악단은 섬세하면서도 우아하고 깔끔한 연주를 들려줬다.

“노장 하이팅크의 준엄한 브루크너 교향곡 9번. 그의 모습은 평범한 인간에서 신의 경지에 근접한 작곡가 같았다.”(음악칼럼니스트 이영진) “피르스가 협연한 베토벤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에서 배어나온 고전성과 서정성은 독보적이었다.”(음악칼럼니스트 박제성)

각 6표로 공동 2위에 오른 것은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필 내한공연(11월 11, 12일)과 정명훈이 이끈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9번 연주회(8월 29, 30일)였다. 베를린필이야 전통의 오케스트라 강자이니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서울시향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향은 이 연주회 외에도 베르디 ‘오텔로’ 콘체르탄테(4월 26일), ‘레퀴엠’(5월 2일)이 추천을 받았다.

“정명훈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서울시향의 성장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다. 특히 비올라와 제2바이올린의 두툼하고 농밀한 연주는 청중을 무아지경으로 몰고 갔다.”(음악칼럼니스트 류태형) “정명훈의 농익은 해석과 서울시향의 물오른 기량이 만나 최고의 시너지를 일궈낸 감동적인 공연이었다.”(음악칼럼니스트 황장원)

러시아 전통을 계승한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테크닉과 파워, 음악성 등 모든 면이 훌륭했다는 평을 받았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러시아 전통을 계승한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테크닉과 파워, 음악성 등 모든 면이 훌륭했다는 평을 받았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공동 4위는 올해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기량이 뛰어난 젊은 연주자들에게 돌아갔다. 다닐 트리포노프 피아노 리사이틀(6월 11, 12일), 드레스덴필&율리아 피셔 연주회(10월 30일)가 각각 5표를 얻었다.

트리포노프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손열음과 조성진을 꺾고 1위에 오른 러시아 피아니스트다. 그는 신들린 듯한 연주로 한국 무대에 ‘괴물 신인’의 존재를 알렸다. 내년에도 한국 무대를 찾는다. “주목할 만한 피아니스트를 발견한 특별한 시간, 피아노가 그토록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 연주였다.”(음악칼럼니스트 최은규)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 ‘젊은 여제’라 불리며 명인의 경지에 오른 연주를 한국 관객에게 보여줬다. 빈체로 제공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 ‘젊은 여제’라 불리며 명인의 경지에 오른 연주를 한국 관객에게 보여줬다. 빈체로 제공
드레스덴필 내한공연은 악단보다는 미모와 실력을 갖춘 바이올린 협연자 율리아 피셔에게 집중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피셔의 연주도 일품이었지만 젊은 비르투오소에 내재된 음악성을 보여준 무대였다.”(음악칼럼니스트 송현민)

안타깝게 ‘톱 5’에 꼽히지 못한 연주회로는 바로크 음악을 원전연주로 들려준 마르크 민코프스키&루브르의 음악가들(3월 5일·4표),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로열필 공연(6월 29, 30일), 앤드루 데이비스가 이끈 BBC심포니(10월 8일), 루돌프 부흐빈더 피아노 리사이틀(10월 27일)이 나란히 3표를 받았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

노태헌 류태형 박제성 송현민 유혁준 이영진 장일범 최은규 황장원 황진규(이상 음악칼럼니스트) 박문선(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이상민(워너뮤직코리아 클래식부장)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클래식 연주회#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베를린필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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