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대중이 창조한 ‘쿠튀르 스트리트패션’이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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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아의 스타일포스트

《이번 주부터 트렌드전문가그룹 인터패션플래닝의 황선아 책임연구원이 국내외 패션 트렌드와 패션 디자인 분석에 대한 칼럼을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올해 봄 여름 시즌을 겨냥한 프로엔자 슐러의 컬렉션. 스트리트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 믹스매치 스타일이 돋보인다.
올해 봄 여름 시즌을 겨냥한 프로엔자 슐러의 컬렉션. 스트리트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 믹스매치 스타일이 돋보인다.
쿠튀르(couture)와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패션은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나 ‘프레타포르테(기성복)’로 발표되는 ‘하이 패션’, 그리고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패션 스타일인 ‘스트리트 패션’으로 구분돼 왔다. 이 가운데 스트리트 패션은 젊은층이 주도하는 하위문화를 상징했고, 쿠튀르 의상에 비해 감각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프리미엄’의 개념 자체가 대중화되면서 스트리트 패션에도 쿠튀르적인 요소가 속속 등장하고있다.

매스미디어 산업과 기술에 의해 대량생산된 대중문화가 이 대중화 바람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시작된 매스미디어의 발달은 21세기를 맞이해 디지털 기술이 정점을 찍으면서 또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패션 블로거라는 새로운 패션피플을 양산해 낸 것이다. 또 인터넷의 힘을 입은 패션 블로거들의 영향력은 패션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3월 열린 파리 컬렉션 기간에 파리의 거리에서 카메라에 잡힌 멋쟁이들.
3월 열린 파리 컬렉션 기간에 파리의 거리에서 카메라에 잡힌 멋쟁이들.

길거리의 수많은 소비자는 마치 패션 에디터처럼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패션을 개발하기에 이르렀고 이들이 모여 새로운 스트리트 패션 코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의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인 ‘H&M’의 세컨드 브랜드, ‘& Other storie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힐덴벵트손은 최근 여러 도시를 돌며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트 스타일, 블로거들이 여성들의 패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10년 전과는 달리 개인의 스토리가 담긴 패션을 각자의 스타일에 맞춰 만들어내는 능력을 체득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제 스트리트 패션은 패션에디터나 패션피플의 독보적 영역이던 트렌드세터의 역할까지도 과감히 수행해내고 있는 것이다.

겐조의 올해 봄 여름 컬렉션.
겐조의 올해 봄 여름 컬렉션.
여기서 잠깐. 세련된 스트리트 패션을 뜻하는 신조어, ‘쿠튀르 스트리트’는 무슨 뜻일까. 쿠튀르와 스트리트 패션이 결합된 단어임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쿠튀르’는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이란 뜻은 아니다. 오트 쿠튀르가 스트리트 패션에 영향을 주었다기보다는 길거리의 주인공들이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오른 옷 또는 길거리 이름 모를 브랜드의 옷을 자유롭게 믹스매치하면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쿠튀르 스트리트’의 주역은 누구일까. 기존에는 젊은층이 스트리트 문화의 주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의 양상은 어떤 연령대로 한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앳된 얼굴의 젊은층은 이러한 패션을 스스로 선보이기엔 아직 미성숙한 단계일 수 있다. 이 패션은 여러 패션문화를 경험한 안목으로 스스로의 이미지를 자유롭게 표출하게 된 것이므로, 어느 정도의 학습 효과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세련된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이 집중된 걸까. 디자이너 로웰 드레이니는 여성들의 옷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현대 여성은 세련되고 완벽한 룩을 좋아하는 동시에 캐주얼한 스타일의 활동성도 갖고 싶어졌죠.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운동화에 어울릴 옷도, 파티를 위한 힐에 어울릴 옷도 필요하게 됐고요.”

이제 여성들은 고정된 틀로 자신의 일상 속 패션을 구속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프리미엄 의상도 입고 싶고, 길거리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은 다이내믹한 스타일링에 매혹되기도 한다. 이 의외의 조합을 절묘하게 매치하고 싶어진 현대 여성들은 역시 욕심쟁이인 것일까.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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