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배우 성역할 바꿔 연기… 롤러코스터 타듯 짜릿함 선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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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연극 ‘더 비’로 8년만에 내한 공연 갖는 연출가 겸 연기자 日 노다 히데키 감독

노다 히데키의 연극 ‘더 비’의 출연진. 왼쪽부터 마르첼로 매그니(형사 역), 캐서린 헌터(이도 역), 노다 히데키(인질범의 아내 역), 글린 프리처드(인질범 오고로 역).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노다 히데키의 연극 ‘더 비’의 출연진. 왼쪽부터 마르첼로 매그니(형사 역), 캐서린 헌터(이도 역), 노다 히데키(인질범의 아내 역), 글린 프리처드(인질범 오고로 역).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우리 연극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연기하고 여자가 남자를 연기합니다. 내용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일 거예요.”

일본 연출가로서 1992년 영국으로 진출해 세계적 반열에 오른 노다 히데키 도쿄예술극장 예술감독(58)이 2005년 연극 ‘빨간 도깨비’ 이후 8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친다. 7, 8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될 영어연극 ‘더 비’(The Bee·꿀벌)다.

‘더 비’는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 쓰쓰이 야스타카의 소설 ‘이판사판 인질극’을 노다가 각색, 연출, 연기까지 1인 3역을 맡아 연극화한 작품. 2006년 영국 런던 소호 시어터에서 초연한 이후 세계 곳곳에서 초청공연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08년 일본어 공연은 아사히연극상, 요미우리연극상, 마이니치예술상을 휩쓸었다.

5일 오전 노다를 영국 출연진과 함께 만났다. “작은 세트에서 80분 동안 신체를 많이 사용하는 공연입니다. 배우는 저를 포함해 모두 4명이죠. 2001년 9·11테러에 영감을 받았어요. 폭력의 연쇄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연극은 인질범 오고로에게 아내와 아들을 인질로 잡힌 주인공 이도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오고로의 가족을 인질로 잡는 맞불작전을 펼치면서 아슬아슬하고 섬뜩한 게임의 가해자가 돼가는 과정을 그렸다. 노다는 9·11테러와 이라크전쟁을 목격하면서 폭력과 복수의 악순환을 말하기 위해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꿀벌은 방어하기 위해 벌침을 쏘지만 결국 그 때문에 죽음을 맞는 존재입니다. 이도는 폭력의 희생양인 동시에 인질범의 아내와 아들을 인질로 잡고 독재자처럼 군림하는 폭력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통제의 순간에 생각지 못한 작은 요소로 인해 공포에 질리게 됩니다.”

이 연극의 또 다른 매력은 남녀 배역을 의도적으로 뒤바꿨다는 점이다. 영국 여배우 캐서린 헌터가 남자 주인공 이도 역을, 노다는 인질범의 아내를 연기한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헌터는 1997년 영국 최초의 여자 리어왕을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노다 또한 자신이 각본, 연출을 맡았던 2010년 ‘더 캐릭터’에서 여성 배역을 연기한 적이 있다.

“성 역할을 전환했던 건 여자와 남자 사이의 신체적 폭력을 더 강렬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노다가 제게 이도 역을 제안했을 때 저도 그에게 인질범의 아내 역할을 해달라고 역제안을 했지요(웃음).”(헌터)

노다는 “극에서 표현되는 폭력을 한국 관객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한국 배우들과는 내년에 같이 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폭력 묘사의 수위가 높아 18세 이상만 볼 수 있다. 2만∼5만 원. 1644-2003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노다 히데키#더 비#이판사판 인질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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