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두 대의 피아노도 그녀의 열정을 담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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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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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 독주회 ★★★★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손열음은 재기발랄한 레퍼토리와 자신감 넘치는 연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크레디아 제공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손열음은 재기발랄한 레퍼토리와 자신감 넘치는 연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크레디아 제공
앙코르 일곱 곡, 두 대의 피아노와 두 벌의 드레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이번 독주회를 위해 꽤나 공을 들인 듯했다. 여러 명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그는 자주 만날 수 있었지만 이 무대를 홀로 책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사이틀은 유료 객석 점유율 80%를 넘기며 손열음의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그가 펼쳐 보이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충만했다.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평소와 달리 한참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건반에 손을 얹었다. 첫 순서로 쇼팽의 발라드, 마주르카, 왈츠를 거치며 서정적이며 섬세한 선율을 빚어내고는 이어 프랑스 작곡가 샤를발랑탱 알캉의 ‘12개의 단조 연습곡’ 중 12번 ‘이솝의 향연’에서 격정적인 연주로 극적인 음색 대비를 보여주었다.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로 나타난 2부에서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소나타 8번으로 야성미를 뽐냈고, 우크라이나 작곡가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중 6∼8번에서는 탄력 있는 재즈의 리듬 속으로 관객을 순식간에 끌어당겼다.

19세기 작품으로 꾸민 1부에서 그는 예술의전당이 보유한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썼으나 20세기 곡을 선택한 2부에서는 외부에서 가져온 야마하 피아노를 연주했다. 한 연주회에 두 대의 피아노를 사용하는 것도 드문 일. 기교적 어려움과 강한 타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리사이틀 전 1일 전주, 5일 대전 콘서트를 거치며 고심한 끝에 내놓은 해결 방안이 두 대의 피아노였다. 예술의전당 피아노 조율사 이종열 씨는 “이전에 두 대를 쓴 피아니스트로 박종화와 엘렌 그리모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연주회는 2부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앙코르 선물 7곡은 독주회의 3부나 다름없었다. 특히 미국 작곡가 윌리엄 볼컴의 ‘에덴의 정원’ 중 ‘뱀의 키스’에서는 피아노 몸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발을 구르고, 객석을 향해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는가 하면 휘파람까지 불며 관객을 즐겁게 해줬다. 유연하게 경계를 넘어서는 그의 음악세계가 어떻게 변모할지 더욱 궁금해진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손열음 독주회#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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