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일곱 곡, 두 대의 피아노와 두 벌의 드레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이번 독주회를 위해 꽤나 공을 들인 듯했다. 여러 명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그는 자주 만날 수 있었지만 이 무대를 홀로 책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사이틀은 유료 객석 점유율 80%를 넘기며 손열음의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그가 펼쳐 보이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충만했다.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평소와 달리 한참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건반에 손을 얹었다. 첫 순서로 쇼팽의 발라드, 마주르카, 왈츠를 거치며 서정적이며 섬세한 선율을 빚어내고는 이어 프랑스 작곡가 샤를발랑탱 알캉의 ‘12개의 단조 연습곡’ 중 12번 ‘이솝의 향연’에서 격정적인 연주로 극적인 음색 대비를 보여주었다.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로 나타난 2부에서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소나타 8번으로 야성미를 뽐냈고, 우크라이나 작곡가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중 6∼8번에서는 탄력 있는 재즈의 리듬 속으로 관객을 순식간에 끌어당겼다.
19세기 작품으로 꾸민 1부에서 그는 예술의전당이 보유한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썼으나 20세기 곡을 선택한 2부에서는 외부에서 가져온 야마하 피아노를 연주했다. 한 연주회에 두 대의 피아노를 사용하는 것도 드문 일. 기교적 어려움과 강한 타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리사이틀 전 1일 전주, 5일 대전 콘서트를 거치며 고심한 끝에 내놓은 해결 방안이 두 대의 피아노였다. 예술의전당 피아노 조율사 이종열 씨는 “이전에 두 대를 쓴 피아니스트로 박종화와 엘렌 그리모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연주회는 2부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앙코르 선물 7곡은 독주회의 3부나 다름없었다. 특히 미국 작곡가 윌리엄 볼컴의 ‘에덴의 정원’ 중 ‘뱀의 키스’에서는 피아노 몸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발을 구르고, 객석을 향해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는가 하면 휘파람까지 불며 관객을 즐겁게 해줬다. 유연하게 경계를 넘어서는 그의 음악세계가 어떻게 변모할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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