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런던 한복판 ‘인생학교’ 섹스-돈-정신-시간-세상-일을 논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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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섹스·돈·정신·시간·세상·일)
알랭 드 보통 외 5인 지음·정미나 외 2인 옮김/각 200여 쪽·각 1만2000원·쌤앤파커스

‘스칼릿 조핸슨이냐, 내털리 포트먼이냐.’

알랭 드 보통은 개인의 성적 취향에 관한 의문에 대해 독일 미술사학자 빌헬름 보링거가 1907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답을 찾는다. 보링거는 개인의 성장 배경에 따른 결함과 약점이 미술 작품의 취향을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쉽게 흥분하는 사람은 바흐나 칸타타, 좌우 대칭이 자로 잰 듯 꼭 맞는 프랑스식 정원을 선호한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은 라틴계 작가들의 작품이나 강렬한 암흑을 화폭에 담아낸 고야의 작품에 감탄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특징을 지닌 상대에게 섹시함을 느낀다. 과장이 심하고 기가 센 부모 밑에서 자란 남자는 스칼릿 조핸슨의 도드라진 광대뼈보다 내털리 포트먼의 차분한 눈매에 더 끌릴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거나 평소에 너무 침착하다는 말을 듣는 남자는 포트먼의 자제력 있는 입매보다는 조핸슨의 육감적인 입술에 반할 수 있다.

섹시함의 본질에 대해 답을 찾은 보통은 페티시즘이나 성적 판타지, 욕정, 불륜, 발기부전까지 섹슈얼리티의 딜레마에 대해 다룬다. 23세 때 발표한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주인공과 연인 클로이의 연애를 섬세하게 풀어냈던 보통은 이제 44세의 유부남이 됐다. 입담은 농밀해졌지만 여전히 진지하고 유쾌하다. “이성에게 ‘그냥 친구 사이로 지내고 싶다’는 말을 들어도 낙담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거절의 이유가 무엇이든, 상대는 단지 우리의 몸에 흥분을 느끼지 못한 것일 뿐이다” 같은 직언은 통쾌하다.

이는 보통이 2012년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에서 강연했던 내용이다. 2008년 런던 한복판에 들어선 ‘인생학교’는 보통이 지인들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학교다.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개인적인 고민부터 거대 담론까지 아우르며 토론과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인생학교’ 시리즈는 2012년 인생학교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여섯 가지 주제(섹스·돈·정신·시간·세상·일)를 한 권씩 엮은 것이다. 시리즈의 기획자이자 에디터로 섹스 편을 쓴 보통 외에 영국 주간 옵서버가 ‘영국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사상가’로 꼽은 작가 로먼 크르즈나릭(일), 심리치료사 필립파 페리(정신)가 강연자이자 저자로 참여했다.

6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각 다스리기’에 가깝다. 돈 걱정은 돈의 양으로 해결하기보다 돈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감정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주관적인 강연 내용이 파편적으로 나열됐다는 인상을 주는 부분이 더러 있어 거슬린다. 깊이 있는 고찰은 상황별로 제시된 추천 도서를 활용하는 독자의 몫이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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