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하네케 감독에게 두 번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아무르’. 사랑에 대한 통찰이 묵직하다. 티캐스트 제공
19일 개봉한 영화 ‘아무르(amour)’는 프랑스어로 사랑이란 뜻. 제목을 보고 파리 샹젤리제 거리나 퐁네프의 살랑거리는 연애담이 담겼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80대 노부부 이야기다.
우아한 노년을 즐기던, 은퇴한 음악가 부부 조르주(장루이 트랭티냥)와 안(에마뉘엘 리바). 어느 날 조르주는 삶은 달걀을 먹으며 “소금통이 비었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안의 눈은 초점이 흐려져 있고 대답이 없다. 경동맥이 막혀 수술을 했지만 아내의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안은 입원을 거부하고 조르주의 기약 없는 간호가 시작된다.
영화는 127분 중 대부분을 좁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부부의 사소한 대화를 담아내는 데 할애한다. 수도꼭지에서 새는 물처럼 가끔 찾아오는 딸(이자벨 위페르)과 간호사가 일상의 파문일 뿐이다. 인내심 있는 관객도 이 무료한 서사에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할 수 있지만 마지막 10분은 깨어있기를 바란다. ‘피아니스트’ ‘히든’ ‘늑대의 시간’ 등 파격적이고 잔혹한 작품을 보여줬던 미하엘 하네케 감독다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네케 감독은 이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뒤 “‘아무르’는 (30년을 함께한) 아내와 내가 서로에게 한 약속을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깨어있어야 그 약속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70세 노감독의 사랑에 대한 생각은 젊은이의 그것보다 더 애틋하다. 결말의 에피소드는 법과 제도, 그리고 그 어떤 속박도 침범할 수 없는 두 사람만의 독점적 권리인 사랑에 대한 하네케만의 지독한 역설이다.
각각 ‘남과 여’(1966년), ‘히로시마 내 사랑’(1959년)의 주인공에서 이제는 80대가 된 트랭티냥과 리바의 은발이 중년 관객을 기다린다.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하네케 감독의 두 번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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