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우리가 보기엔 불륜… 예술가들에겐 ‘아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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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대니얼 불런 지음·최다인 옮김/552쪽·1만6000원·책읽는수요일


누군들 자신의 인생사와 연애담을 낱낱이 엮으면 10권짜리 대하소설이 안 나오겠는가. 하물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는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는 오죽할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는 이들을 두고 ‘불륜을 저지르고도 상대에게 로맨스라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이 책은 다섯 쌍의 유명한 예술가 연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대를 앞서갔던 그들의 관계 맺음에 대해 살펴본다.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문학적인 사랑, 사진작가 앨프리드 스티글리츠와 꽃의 화가로 유명한 조지아 오키프의 독립적인 사랑,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지적인 사랑,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성스러운 사랑, 헨리 밀러와 아나이스 닌의 악마적인 사랑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이들은 통념에 비춰 봤을 때 철없이 이성을 만나고 싶은 대로 만나는 ‘앙팡 테리블’이거나 본인의 자유와 연인 간의 애정을 동시에 지키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약을 뛰어넘은 ‘문화영웅’이었다. 하지만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의 사랑 방식이 창조적인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거나, 더 나아가 ‘탈(脫)일부일처제’ 같은 혁신적인 대안적 삶을 제안한다는 점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주고받은 서신들은 왜 이들이 전대미문의 ‘진보적인 사랑의 아이콘’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내가 오늘 아무개와 잠자리를 했습니다’ ‘나를 사랑해왔다고 그가 고백해왔어요’ 각자의 연애를 장문의 편지로 지상 중계하는 것은 예사. 실컷 다른 이성 이야기를 해놓고는 장문의 편지 말미엔 ‘내 사랑 비버(보부아르의 애칭)’를 붙이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칼로는 바람둥이 리베라의 외도로 말미암은 상처와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내가 그림을 계속 그리려는 유일한 이유는 당신이 나를 이해하기를 바라서’라고 말한다. 오키프는 오랜 연인 스티글리츠가 다른 이와 바람을 피우자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독립적인 여성 예술가로서의 방점을 찍는다. “예술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인간적 문제 때문에 절망에 빠져선 안 돼. 창조적 일에 쓰려면 힘과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 우리를 망치도록 놔둬서는 안 돼.”(226쪽)

유명 예술가들의 끈적끈적한 사랑 이야기만을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단편적인 연애사로만 받아들이는 것보다 자신이 꽂힌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할 때 펼쳐 드는 것이 책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일 듯하다. 또 하나 염두에 둘 것은 독자의 취향과 예술적 관심사에 따라 와 닿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으리란 점이다. 여담이지만 상대의 외도로 갓 이별을 경험한 독자라면 고통이 배가될 수도 있음을 경고해두고 싶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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