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박스] 베트남전쟁, 그리고 한민족의 설움과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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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3일 07시 00분


■ 새책 - 황색인
이상문 저|책만드는 집

‘황색인’은 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저자가 베트남, 미국, 한국의 합동연락사무소인 ‘벅 컨택’이라는 배경을 설정해 베트남 전쟁을 환유화(어떤 사물,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 관련이 깊은 다른 사물, 사실을 이용하는 방법)한 소설이다.

1987년에 간행한 소설을 25년 만에 수정, 보완해 다시 펴냈다. 베트남전쟁에 참가한 박노하 병장은 의문의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황칠성 상병의 후임으로 보급지원부대에 파견된다. 전장이라고 하기엔 사뭇 여유롭고 윤택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곳에서 박노하 병장은 김유복 중사, 베트남군 띠엔 등을 만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간다. 그런 중에 띠엔의 여동생이자 시내의 카페 주인이기도 한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이내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겉으로는 베트남군이지만 실제로는 왕정복고를 준비하고 있는 띠엔, 전쟁의 죄의식에 빠져 결국 미쳐버리는 친구 허만호 상병, 임신한 몸으로 윤락가에서 일하고 있던 베트남 여성을 동정해 그녀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주는 김유복 중사 등의 인물을 통해 전쟁 이면에서 말살되어가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이상문 작가는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의 국교가 다시 수교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과연 한국군 4600명이 사망하고 1만 7000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베트남군 4만1000명이 사망한 이 지독한 전쟁의 상처가 오늘날 과연 묻혀졌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젊은 독자들이 아픔의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싶다”고 말했다.

이상문 작가는 1983년 월간문학 신인공모전에서 단편 ‘탄흔’이 당선돼 등단했으며 장편소설 ‘계단없는 도시’, ‘자유와의 계약’,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립니다’ 등을 썼다. 현재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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