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 부는 K-pop, 한국드라마 열풍 “무지한 무슬림? 몰라! 강남스타일?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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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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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한국 문화 디와니야’는 쿠웨이트에 한국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송편을 만들고 있는 디와니야 회원들(위)과 매월 한 번씩 열리는 디와니야 회의. 쿠웨이트=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쿠웨이트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한국 문화 디와니야’는 쿠웨이트에 한국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송편을 만들고 있는 디와니야 회원들(위)과 매월 한 번씩 열리는 디와니야 회의. 쿠웨이트=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무지한 무슬림’은 못 봤어도 ‘강남스타일’은 봤죠.”

11일 오후 수업을 마친 쿠웨이트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담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 전 이슬람권에서 반미시위를 촉발시킨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한 내용의 ‘무지한 무슬림’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듣고자 경영대, 사회대, 학생회관 등에서 무작위로 학생들을 붙잡고 물었다. 5명 중 4명꼴로 “안 봤다. 그게 뭔가?”라며 되레 질문을 해왔다.

영상을 설명하다 유튜브가 언급되고,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신분을 밝히자 학생들은 “‘강남스타일’ 정말 웃긴다”며 말춤 동작을 보이고 먼저 알은체를 했다. 지리학과에 재학 중인 무바라크 씨(19)는 “들을 때마다 궁금한 게 있었다. ‘여자’가 도대체 무슨 뜻인가? 강남은 어디에 있는 건가?”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매스미디어 전공인 아와드 알다피어리 씨(24)도 “쿠웨이트 젊은이들 사이에서 말춤이 큰 인기”라며 옆에서 거들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실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공항을 빠져나와 취재장소로 이동하는 중에도 차량 내에서 현지 라디오방송을 통해 ‘강남스타일’을 두 차례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김단아 씨(24)는 “얼마 전 스쿨버스 안에서 아랍어 가요 중간에 ‘강남스타일’이 중간 중간 삽입된 리믹스곡을 들었다”며 “유럽에서 온 교환학생들에게도 뒤늦게 강남스타일 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고등학생인 사라 알 샤틀(17)은 “바깥에서는 차마 할 수 없지만 집에 모여서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여러 명이 말춤을 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버전의 패러디 음악도 성행하고 있다.

케이팝(K-pop)과 한국 드라마가 이미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전역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2월부터 쿠웨이트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리고 있는 ‘한국 문화 디와니야(Diwaniya)’는 쿠웨이트에 한국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알리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디와니야는 쿠웨이트 부족사회 전통에서 나온 하나의 문화로 사랑방 좌담회, ‘타운홀 미팅’ 같이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문제를 두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1년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된 이 행사는 쿠웨이트 자원봉사자들과 운영위원회 격인 디와니야 위원회가 주축이 돼 양국 문화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오프라인 회원 150명, 온라인 회원 400명 정도의 규모다. 김은정 참사관은 “한복과 한식, 한글, 추석 등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서 벗어나 쿠웨이트 전통문화와 풍습을 한국 교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쌍방향 소통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와니야 위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기획회의를 열고 행사를 준비한다. 또 교민 중 주부 12명으로 구성된 ‘우리문화 홍보사절단’은 지난달 추석을 주제로 열린 디와니야에서 송편 빚기를 가르치고 서예, 전통혼례 준비 등 프로그램의 내실을 기하고 있다. 20년 전 쿠웨이트와 이라크 전쟁을 연상시키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제일 좋다는 마리암 알미스바 씨(26)는 “디와니야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꽤 반응이 좋다”며 “나처럼 가요나 드라마로 한국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좀 더 알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디와니야 위원회를 총괄하는 루루와 알 바삼 씨(27)는 “행사를 개최하면서 한국 문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데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다”며 “한국에서 보다 많은 전문 인력이 파견돼 현지에서 활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쿠웨이트#K-pop#강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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