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화려한 가을 남자들 나폴리 스타일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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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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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 이탈리안 클래식 슈트 가이드

‘마니카 카미치아(어깨를 셔츠처럼)’. 이탈리아 슈트의 어깨는 몸에 맞춘 듯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어깨를 강조하는 영국 슈트와 다른 점이다. 전통에 새로운 변주를 즐기는 이탈리아 남자들처럼 올가을에는 컬러와 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다. 사진은 영국식 체크를 재해석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2012 가을겨울 컬렉션.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공
‘마니카 카미치아(어깨를 셔츠처럼)’. 이탈리아 슈트의 어깨는 몸에 맞춘 듯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어깨를 강조하는 영국 슈트와 다른 점이다. 전통에 새로운 변주를 즐기는 이탈리아 남자들처럼 올가을에는 컬러와 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다. 사진은 영국식 체크를 재해석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2012 가을겨울 컬렉션.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공
‘이탈리아 정통 클래식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남성복 브랜드 앞에 붙는 긴 미사여구에 ‘이탈리아’라는 말은 늘 빠지지 않는다. 불황에도 승승장구하는 남성패션의 한 축을 차지하는 클래식 열풍에는 이탈리아 스타일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듯한 이탈리안 클래식의 실체를. 누가 뭐래도 오늘날의 슈트는 100년 전 영국 새빌 로에서 탄생한 것 아닌가. 영국도 미국도 프랑스도 아닌 이탈리안 스타일이 어떻게 한국에서 대세로 자리 잡게 된 것일까.

초보자로서 궁금한 질문을 한데 모아 이탈리아 슈트 전문가들에게 보냈다. 한자리에서 듣기 어려운 답변의 핵심만 모아 공개한다.

이탈리아 슈트는 뭐가 다른 건가요?


“어깨를 보세요. 영국은 슈트를 가장 먼저 입기 시작한 나라죠. 군복에서 온 옷이라 해군 정복처럼 어깨가 위로 살짝 솟아 있는 ‘로프트 숄더’형이 많아요. 각진 어깨와 타이트한 허리 때문에 처음에는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몸을 긴장하게 해 자세가 반듯해지죠. 뒤트임이 양쪽에 하나씩 있는 ‘사이드 벤트’ 형태가 많은데 이는 말을 타던 군인들이 재킷의 주름을 방지하고자 만든 겁니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슈트는 실용성이 특징이죠.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양복이 아메리칸 스타일이에요. 대량생산해 개인의 취향보다 ‘무난하게 어울리는 슈트’인 거죠. 허리선이 긴장감 없이 일자로 떨어져 활동하기 편하고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입던 투 버튼 싱글 벤트(뒤트임이 하나) 슈트가 딱 아메리칸 스타일이죠.

자, 그럼 요즘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이탈리안 슈트. ‘마니카 카미치아’를 기억하세요. ‘어깨를 셔츠처럼’이라는 뜻이에요. 소매와 암홀이 만나는 부분에 여유분을 두고 일부러 주름을 대어 팔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깨를 돌릴 수 있도록 하고, 마치 셔츠를 입은 것처럼 몸에 착 붙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어요. 한국 남성들은 이탈리아 남자들과 체형이 비슷해 부담 없이 시도할 만해요. 클래식 이탈리안 슈트 재킷은 총장이 다소 길고, 슈트의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인 고지 라인(칼라와 라펠이 만나는 선) 위치가 다소 높은 편입니다.”(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

이탈리아 슈트도 지방마다 다르다던데요?


“로마, 피렌체, 나폴리 스타일이 있어요. 로마 스타일은 비교적 단정한 인상을 주는 슈트가 주를 이룹니다. 로마는 부유층이 많이 살던 곳이라 예를 중시했기에 타 지역에 비해 영국 슈트처럼 형식에 충실했으며 딱 맞게 떨어지는 피트를 보여줍니다. 피렌체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복처럼 편하게 입는 것을 선호해서 독특한 디테일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폴리 슈트는 화려해요.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슈트가 바로 나폴리 스타일입니다.”(이영표 레옹 패션 에디터)
▼품격男바지, 구두 덮지 않는 짧고 슬림한 스타일이 대세▼
신세계 백화점 제공
신세계 백화점 제공
“나폴리 슈트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예요. 첫째, 마니카 카미치아. 어깨 부분에 넣는 패드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어깨선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립니다. 둘째, 라 바르카. 바르카는 영어의 보트를 뜻하는데 브레스트 포켓을 배의 밑면처럼 둥글게 처리해 입체감을 준다는 뜻이에요. 셋째, 스트라파타. 스리 버튼 슈트의 맨 위 버튼이 라펠에 가려 얼핏 투 버튼처럼 보이면서 입체적인 느낌을 줍니다. 넷째, 리얼 버튼 홀. 소매의 버튼이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여닫게 돼 있습니다.”(전제권 LG패션 일 꼬르소 델 마에스트로 수석)

정통 이탈리안 슈트 브랜드로는 뭐가 있을까요?

(대개 키톤, 브리오니, 체사레 아톨리니, 에르메네질도 제냐, 조르조 아르마니, 빨질레리 등을 꼽았다.)

“로만 슈트 ‘브리오니’에는 50대 초중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오십니다. 평균 가격은 700만 원대로 어깨 라인이 다른 브랜드보다 부드러운 게 특징이에요. ‘로로피아나’급의 캐시미어 품질을 자랑하죠. 나폴리 스타일인 ‘키톤’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좋아하십니다. 슈트 평균 가격은 800만 원 선이고 독점 원단인 ‘블루 다이아몬드’ 소재로 유명하죠. 나폴리 스타일인 ‘체사레 아톨리니’는 40, 50대 초반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인기 있어요. 키톤과 같은 공장에서 만드는데 평균 가격은 700만 원 선입니다.

반면 ‘스테파노 리치’는 피렌체 스타일로 클래식한 느낌이 가장 강합니다. 100% 수작업으로 만들고 넥타이 품목 수는 웬만한 이탈리아 슈트 브랜드 중에서 제일 많아요. 50, 60대 CEO 고객이 많고, 평균 가격은 800만 원대입니다. 요즘 중국인 고객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높죠.”(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제냐는 고급 원단에서 시작해 4대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여전히 원자재 소싱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하죠. 최상급 쿠튀르, 신사복의 디테일과 품질이 돋보이는 ‘사토리얼 라인’ 등이 있어요.”(에르메네질도 제냐)

“조르조 아르마니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아르마니 특유의 스타일을 지향합니다. 슈트 밑단이 22∼23cm로 바지통이 좁지 않고, 편안하게 흐르는 실루엣을 강조하죠.”(조르조 아르마니)

“다양한 브랜드가 있지만 최근에는 편집매장들이 국내에 들여온 소규모 사르토(재단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요.”(이영표 레옹 패션 에디터)

어떻게 입어야 할까요?

“품이 몸에 붙는 게 이탈리아 슈트의 특징이라고 무리해서 작은 사이즈를 고르면 라인이 뒤틀리고 어깨는 솟고 겨드랑이 옆 부분엔 불필요한 주름이 생겨 옹졸한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자기 몸에 잘 맞는 슈트는 어깨와 암홀에 주름이 없는 게 원칙이며 라인이 자연스럽게 흘러야 합니다.”(정승진 제일모직 빨질레리 팀장)

“슈트에는 반드시 긴팔 드레스셔츠를 입어야 합니다. 반팔 셔츠, 터틀넥이 아무리 고상해 보인다 한들 캐주얼이죠. 드레스셔츠는 슈트와 함께 입는 속옷 개념이라 그 안에 러닝셔츠를 입는 것은 두 개의 속옷을 겹쳐 입는 것과 같아요. 또 클래식 슈트에는 실크보다 면 소재가 맞습니다. 소매는 재킷 밖으로 1.5cm 정도 나오게 입으세요.”(전제권 LG패션 수석)

“배가 나온 중년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배 둘레 사이즈에 바지의 핏을 맞춘다는 거예요. 헐렁하고 구두를 덮는 길이의 바지는 ‘아저씨’의 상징이죠. 오히려 짧고 슬림한 바지가 다리가 길어 보입니다. 또 뚱뚱하다고 품이 넓은 재킷을 선택하지 말고 재킷의 아랫부분과 바지의 윗부분, 즉 골반에 닿는 부분이 몸에 밀착되는 것을 택하세요. 슬림하고 균형 잡힌 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무조건 몸에 붙게 입기’보다는 어느 정도 긴장을 만들어내는 핏을 찾아보세요. 솔직히 슈트는 티셔츠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 너무 편한 것만 찾는다면 스타일은 포기해야 합니다.”(이영표 레옹 패션 에디터)

올 가을겨울 트렌드는

전문가들의 답변을 종합해 보면 올해 가을겨울에는 다양한 컬러와 부담스럽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표현해 보는 게 좋겠다. 조르조 아르마니는 그레이를 바탕으로 블루와 와인 컬러로 포인트를 줬다. 올봄부터 조금씩 팬츠 윗단 주름을 늘려 배기팬츠처럼 보이는 룩을 과감히 선보이기도 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투 버튼 슈트를 주로 선보였다. 재킷 길이는 다소 짧아졌고 슬림핏의 주름 디테일 팬츠를 매치해 다리가 더 길어 보인다. 영국식 체크를 재해석한 슈트도 눈에 띈다. 박은진 인터패션플래닝 수석연구원은 “제냐 등 올해 가을겨울 슈트는 클래식한 룩에 캐주얼한 감성을 더해 도시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오니도 스트라이프와 체크패턴 슈트를 선보이고 있다. 브리오니 관계자는 “최근 국내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각계 명사들의 옷차림을 보면 스트라이프 슈트가 단연 인기”라며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데다 젊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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