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라이프치히는 바흐의 활동무대이자 바그너의 고향으로 알려진 음악의 도시다. 괴테와 니체가 수학한 대학도 이곳에 있다. ‘작은 파리’로 불렸던 도시의 명성은 분단 이후 동독 사회주의 체제의 억압 아래 한때 빛을 잃지만 1990년대 이후 활기를 되찾는다. 라이프치히 시각예술대학 출신으로 구성된 라이프치히 화파(畵派)가 국제적 주목을 받으면서 이 도시가 독일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미술관에서 9월 2일까지 열리는 ‘German Now’전은 라이프치히 화파의 회화, 사진 분야 작가 21명의 작품 60여 점을 소개한 기획전이다. 스타 작가 편애가 심한 국내 미술계에서 평소 접하기 힘든 작가들을 폭넓게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아날로그적 표현 방식과 옛 동독이란 지역적 배경이 녹아든 특수성을 기반으로 삼은 라이프치히 화파는 세계의 미술 흐름과 단절된 상태에 있다가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봉인이 해제되면서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작품은 포스트모더니즘을 앞세운 서구의 개념적 미술과 차별화된 작업으로 ‘회화의 부활’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20∼70대 작가들은 연령대만큼이나 작품 내용과 스타일도 다양하다. 하지만 형상을 다루는 미술에 대한 관심과 우울한 정서, 무엇을 그릴까보다 어떻게 회화를 체계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공통적이다. 원로화가 하르비히 에벌스바흐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두꺼운 물감의 색채로 표현한 격정적 화면을, 중견화가 울프 푸더는 이동주택 등 버려진 건축물로 구축한 독특한 풍경화를 선보였다.
1970년대 이후 태어난 화가들 역시 각자 고유한 언어와 개성이 담긴 그림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괴기스러운 동화 같은 이미지를 그린 틸로 바움게르텔, 바흐에게서 영감을 받은 추상 풍경화의 토비아스 레너 등이 회화의 재미를 일깨운다. 사진의 경우 건축물에서 기하학적 질서를 찾아낸 마익스 마이어, 군사목적 시설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에라스무스 슈뢰터의 작업이 선보였다. 031-783-8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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