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관계의 경계를 허무는 하와이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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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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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언 레시피’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사 진진 제공
‘아름답다’는 하와이에 대한 표현 중 무례한 사족(蛇足)인 것 같다. 태평양 한가운데 고고하게 자리한 이 섬에는 아름다움 이상의 무엇이 있다. ‘하와이언 레시피’(19일 개봉)는 이 섬의 매력을 새롭게 요리해 관객에게 놓는다.

시곗바늘조차 속도를 늦출 것 같은 이 섬. 작은 마을 호노카아에 일본인들이 무리를 이뤄 살고 있다. 일본인 레오(오카다 마사키)는 여자친구(아오이 유)와 소원을 이뤄준다는 ‘달무지개’를 찾으려 이 마을을 찾는다. 얼마 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같은 마을에 다시 발을 디딘 레오는 작은 영화관의 주인 부부 버즈(만 차즈)와 에델리(마쓰자카 게이코)를 만난다. 괴짜 요리사 비이 할머니(바이쇼 지에코), 여배우 나체 사진을 즐기는 고이치 할아버지(기미 고이시)도 그를 반긴다. 고요한 마을에서 레오의 마음을 흔드는 단 한 사람은 이국적인 미모의 머라이어(하세가와 준). 레오는 머라이어의 주변을 맴돈다.

고즈넉한 하와이 분위기를 스크린에서나마 즐길 수 있는 게 이 영화가 주는 큰 호사다. 느리게 살아가는 호노카아 사람들의 삶이 풍광보다 빛난다. 잘 구운 빵 한 조각, 실과 종이컵으로 만든 장난감 전화면 모두가 행복하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이 영화에서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다. 마을 사람들 사이는 가족처럼 친구처럼 경계가 모호하고,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자유롭다. 비이는 레오에게 어머니같기도, 친구같기도, 애인같기도 하다. 12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하와이언 레시피#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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