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장마 패션의 종결자 컬러부츠 신상, 앞으로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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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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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의 계절, 여름패션 트렌드
英록페스티벌 스타들이 신은 고무부츠, 쏜살같이 한국 상륙

형형색색 레인부츠는 비가 오길 기다리는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해준다. 지난해 여름 잦은 폭우 때문에 불티나게 팔렸던 레인부츠는 올해 레인코트, 가방 등과 만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제품=헌터·에이글 장소협찬=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하늘공원
형형색색 레인부츠는 비가 오길 기다리는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해준다. 지난해 여름 잦은 폭우 때문에 불티나게 팔렸던 레인부츠는 올해 레인코트, 가방 등과 만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제품=헌터·에이글 장소협찬=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하늘공원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에는 영국 국기 디자인을 본뜬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헌터 제공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에는 영국 국기 디자인을 본뜬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헌터 제공
겨울에 양털부츠(어그)가 있다면 장마철에는 고무로 된 레인부츠가 있다. 둘 사이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한반도에 이상기후 현상이 도드라질수록 잘 팔린다. 둘째, 한번 신기가 어렵지, 일단 신으면 마니아가 된다. 셋째, 남자들은 ‘발 냄새가 날 것 같다’며 질색한다. 소개팅에 나갈 때는 웬만하면 안 신는 게 좋다.

강력한 추위가 양털부츠를 겨울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으로 등극시켰듯이, 시도 때도 없이 아열대 지방의 스콜 현상처럼 쏟아지는 집중호우는 레인부츠를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올렸다. 양털부츠계의 ‘어그’ 격인 레인부츠 업계의 대표 브랜드 ‘헌터’가 2010년 처음 정식 수입됐을 때만 해도 ‘저걸 어떻게 신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자칫 모내기 논이나 수산시장에서 어울릴 법한 스타일로 오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 브랜드 제품의 가격은 20만 원 안팎이라 지갑을 열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레인부츠와 함께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옷과 액세서리가 많아지면서 레인부츠는 가장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진화했다. 남자들이 ‘수산시장 패션’이라고 놀리면 어떠랴. 비가 오길 기다릴 만큼 예쁜 아이템들은 늘어만 가고 있는데.

레인부츠의 기원은 ‘영국 신사’

우리나라에서는 고무로 된 부츠를 ‘레인부츠’라고 부르지만 본고장 영국에서는 ‘웰리스’ ‘웰링턴부츠’ ‘검부츠’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린다. 이 부츠를 소재로 만든 ‘웰리스 노래’도 있다. 그만큼 역사도 오래됐다.

19세기 들어 영국 신사들이 긴 바지를 입기 시작하면서 그 위에 신을 만한 부츠가 필요해졌다. 이때 19세기 초 워털루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웰링턴 공작이 전쟁터에서도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부츠를 주문했다. 사람들은 공작이 새롭게 선보인 부츠를 웰링턴부츠라고 불렀다.

눈이 갓 녹은 풀숲에서, 사냥을 할 때, 진흙탕 등에서 신을 수 있는 부츠가 잘 팔릴 것으로 본 사업가들이 고무로 웰링턴부츠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대표적인 이가 헌터의 창업자 헨리 리 노리스다. 그는 미국인이었지만 고무부츠는 날씨가 궂은 영국에서 잘될 것으로 보고 1856년에 영국에 회사를 차렸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헌터의 고무부츠는 군인 공식 부츠가 됐다.
헌터에 따르면 이때 영국군에 제공한 고무부츠만 118만5036켤레다. 전쟁이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를 유행시킨 것처럼 고무부츠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웰링턴부츠=고무부츠’라는 개념이 생긴 것이다.

학창 시절, 화장실 청소할 때 신어본 게 전부였던 한국 여성들의 눈에 고무부츠가 장마철 머스트해브 아이템 후보로 떠오른 것은 언제일까.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영국을 대표하는 모델인 케이트 모스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5년 그녀가 고무부츠를 신고 글래스턴베리 록페스티벌에 나타난 사진이 인터넷에 깔렸다는 것.

여기에 스키니진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이에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고무부츠가 꼽히기 시작했다. 헌터를 수입하는 LG패션 관계자는 “영국의 록페스티벌에서 많은 스타가 고무부츠를 신은 모습이 포착됐고, 국내 스타들도 하나둘씩 신으면서 해외 웹사이트에서 부츠를 사는 한국 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시장 가능성을 보고 2010년 헌터를 수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우울한 날, 새콤달콤한 컬러의 레인코트를 입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왼쪽부터 오즈세컨, 록시, 르윗, 오즈세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장맛비가 쏟아지는 우울한 날, 새콤달콤한 컬러의 레인코트를 입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왼쪽부터 오즈세컨, 록시, 르윗, 오즈세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장마 패션의 진화

처음에는 고무부츠가 한때의 유행으로 흘러갈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내내 폭우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면서 고무부츠는 한국에서 ‘레인부츠’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됐다.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고, 일주일 연속 비가 오는 날이 많으니 ‘장마철 옷 입는 방법’이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패션에 장마 패션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2010년 헌터의 국내 매출액은 22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68억 원으로 뛰었다. 성수기인 장마철(6, 7월)에만 1만5000켤레(22억5000만 원)가 팔렸다. 헌터뿐 아니라 에이글, 헤드, 밀레, 휠라 등에서도 레인부츠가 나온다. 웬만한 패션,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에서 레인부츠뿐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의 레인코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원래 검정색과 짙은 녹색 등 어두운 색깔이 베스트셀러였지만 올해에는 화사한 색상의 부츠도 잘 나간다. 칙칙하게 비 오는 날 화사하게 기분 낼 수 있는 옐로, 핑크 같은 색깔 부츠다. 레인부츠가 아직 부담스럽다면 퍼플, 다크 올리브, 초콜릿 등 무난한 색깔의 부츠와 쇼츠, 미니스커트를 매치해 보자. 다리가 한결 더 날씬해 보일 수 있다.

속이 보일 듯 말 듯한 오렌지빛 레인코트는 질스튜어트, 우산은 질 바이 질스튜어트. 가운데는 생활방수가 되는 쿠론의 ‘레이니 백’. 굽이 있어 오피스룩으로도 손색없는 에이글의 ‘미스 줄리엣’ 레인부츠 (오른쪽). 에이글 제공
속이 보일 듯 말 듯한 오렌지빛 레인코트는 질스튜어트, 우산은 질 바이 질스튜어트. 가운데는 생활방수가 되는 쿠론의 ‘레이니 백’. 굽이 있어 오피스룩으로도 손색없는 에이글의 ‘미스 줄리엣’ 레인부츠 (오른쪽). 에이글 제공
레인부츠의 디자인은 다양해지고 있다. 헌터는 기존의 ‘오리지널 톨’ 라인보다 길이는 조금 더 짧고, 통은 넉넉해 통풍이 잘되는 ‘헌트레스(Huntress)’ 시리즈를 선보였다. 다리가 부어도 부츠가 종아리를 죄지 않아 여성들에게 반응이 좋다. 에이글의 ‘미스 줄리엣’ 라인은 4cm 굽의 여성스러운 앵클부츠 스타일이라 회사에 갈 때 신어도 손색이 없다.

레인부츠의 기원이 영국 신사인 만큼, 남자라고 레인부츠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남성용 짧은 부츠도 나와 있다. 에이글은 올여름 신제품으로 남성용 ‘비손 러버부츠’를 선보였다. 반바지나 슬림한 청바지에 이 레인부츠를 신으면 된다. 블랙과 브라운, 카키색이 나와 있으며 겨울에도 신을 수 있다.

레인코트는 방수, 투습 기능성 소재에 욕심나는 디자인의 제품이 웬만한 패션 브랜드에서 모두 나와 있다. 질스튜어트는 옅은 오렌지빛 반투명한 레인코트를 내놓았다. 오즈세컨의 케이프 스타일 레인코트는 베이지색에 블랙 테두리가 깔끔하다. 헤드는 런던 올림픽을 기념해 ‘런던 인 레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에서 나온 레인 판초는 영국의 국기 색인 네이비와 레드, 화이트로 세련된 줄무늬 패턴이 디자인돼 있다. 비가 그치면 접어서 가방에 넣으면 된다. 밀레의 레인 판초는 앞면과 뒷면을 스냅으로 연결할 수 있어 비바람이 몰아쳐도 뒤집힐 염려가 없기 때문에 실용적이다.

가죽은 비를 맞으면 상하기 쉽기 때문에 조심하는 게 좋다. 쿠론은 최근 습기에 강한 합성가죽 소재를 이용한 ‘레이니 백’을 내놓았다. 가방 안에는 우산을 수납할 수 있는 탈부착 파우치가 있어 실용적이다. 가격은 40만 원 선.

인케이스의 ‘커리어 메신저 백’은 내부가 비닐로 코팅돼 있어 노트북과 태블릿PC 등 각종 정보기술(IT) 기기를 비로부터 보호해 준다. 내구성이 강한 나일론 소재라 방습 효과도 뛰어나다. 한 손에는 우산, 다른 손에는 가방을 들어야 한다면 아이폰을 팔에 감아 쓸 수 있는 액세서리도 있다. 인케이스의 ‘스포츠 암밴드 프로’는 아이폰 4, 4S 전용 암밴드로 우산을 들었을 때 아이폰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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