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 철책에 서다… 통일문학포럼 민통선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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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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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들과 詩낭송회도 열어

강원 철원에서 열린 통일문학포럼에 참여한 문인들이 6사단 장병들로부터 군용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철원=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강원 철원에서 열린 통일문학포럼에 참여한 문인들이 6사단 장병들로부터 군용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철원=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휘어진 능선 때문인지 북한군의 초소가 우리 쪽 초소보다 더 가까워 보이네요.”

탈북을 소재로 한 단편 ‘붉은 댕기머리 새’를 쓴 소설가 이정(56)이 26일 오후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철책 옆을 걸으며 말했다. 소설가 김지연(70)이 받았다. “무거운 철모를 쓰고 최전방을 오가는 군인이 모두 손자처럼 느껴져 마음이 뭉클합니다.”

통일문학포럼(회장 장윤익) 소속 문인 54명은 26일부터 2박 3일간 철원군 민간인통제선을 탐방하는 ‘전선을 걷다’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철모와 군복 상의를 착용하고 보안과 안전을 위한 서약서를 쓴 후에야 민통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보병6사단을 찾은 문인들은 사단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박격포와 무반동총, 견인포, 수륙양용 장갑차 등 군 장비를 둘러봤다. 저녁에는 6사단 소속 정훈장교 15명과 시를 낭송하고 군 생활에 대한 후일담을 주고받았다. 1960년대 울진삼척지구에 침투한 무장공비 수색작업에 참여했다는 소설가 박충훈(67)은 “땀내 나는 군모를 쓰고 마지막 남은 한 명을 찾느라 샅샅이 뒤졌던 그때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고 회고했다. 여류 시인 진용숙은 “일부 병영생활관에 개인 침대가 놓여 있는 것을 보니 복무 환경이 개선된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27일엔 군사분계선 남방 900m 지점에 있는 제2땅굴을 참관하고 뼈대만 남아 있는 조선노동당사 건물과 6·25전쟁의 격전지였던 백마고지도 둘러봤다. 문학평론가인 장윤익 회장(73)은 “책상머리에서 벗어나 분단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낀 문인들이 더 좋은 통일문학 작품을 써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통일문학포럼은 장 회장과 백시종 한국소설가협회장이 주축이 돼 지난해 3월 발족했다. 분단과 통일 문학에 관심이 있는 소설가와 시인 12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철원=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문학#통일문학포럼#민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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