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신포니에타 상임지휘자 박성준 씨 “본토박이식 베토벤 해석 먹혀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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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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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활동하는 지휘자 박성준 씨(47·사진)는 올해 1월 2일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베를린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신년음악회를 열었다. 레퍼토리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가 끝난 뒤 일곱 차례나 커튼콜이 이어졌다. 단원들은 그에게 상임지휘자가 돼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1974년 창단 이후 객원 지휘 시스템으로 운영해 오던 악단의 첫 상임 지휘자로 한국인의 이름이 새겨졌다. 임기는 3년. 베를린 신포니에타는 베를린필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전현직 단원으로 구성된 체임버 오케스트라다.

1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난 박 씨는 “베토벤을 중심으로 한 독일 레퍼토리에 강하다는 점을 단원들이 높이 사준 것 같다”며 웃었다.

“우리 오케스트라는 신년, 부활절, 크리스마스, 송년 시즌 등에 주로 연주를 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고릅니다. 베토벤 교향곡 ‘합창’, 교향곡 5번 ‘운명’ 등은 ‘독일 국악’인 셈이죠. 감정은 되도록 배제하고 논리적인 분석을 통해 접근합니다. ‘본토박이식 해석’, ‘베토벤에 대한 깊이 있고 육중한 해석’이라는 평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오케스트라는 연주를 앞두고 1∼2주 연습을 하지만 독일에서는 단 3일만 연습하고 무대에 오른다. 단원 계약서에 기재된 연습시간이 5분만 넘어도 곧바로 항의한다. 그는 2005년부터 이 악단의 객원 지휘자로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첫해 크리스마스에 연주한 헨델의 ‘메시아’는 객석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단원들도 눈을 크게 뜰 정도였다.

“그때 ‘아, 이제 뭔가 되는구나’ 싶었는데 7년을 지켜보더라고요. 고른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여러 가지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단원들과 작품 해석을 놓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즐겼습니다. 그래도 상임이 되니 단원들의 집중도가 확실히 달라지더군요.(웃음)”

그는 올여름 악단과 스페인 투어를 하고 베토벤 교향곡 사이클도 펼칠 계획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음악#클래식#지휘자#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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