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있는 척 안 하는 진짜 노래가사, 6년째 찾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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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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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강박증’ 시달리는 가수 김현철 “올겨울 10집 앨범 낼게요”

《 “가사 탓이에요. 어떻게 쓸지 도통 감이 안 잡히니까….” 가수 김현철(43)은 잠행 중이다. ‘음악적으로’ 그렇다. 행사나 이벤트 무대에는 종종 오르지만 2006년 12월 9집 ‘토크 어바웃 러브’를 낸 이후 새 앨범 소식이 없다. ‘가사 강박’에 걸려 자기 음악을 6년째 꼭꼭 잠가둔 그를 최근 만났다. 》

김현철은 “‘5집은 실패’ ‘6집은 성공’ 식으로 마음속에 방을 만들어두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난 매번 ‘다음 앨범을 위한 원룸’에 산다”고 말했다. 후너스 크리에이티브 제공
김현철은 “‘5집은 실패’ ‘6집은 성공’ 식으로 마음속에 방을 만들어두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난 매번 ‘다음 앨범을 위한 원룸’에 산다”고 말했다. 후너스 크리에이티브 제공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후너스 크리에이티브 사무실에서 그는 믹스 커피에 얼음을 동동 띄워 들고 앉았다. 쨍한 햇살 아래 반쯤 여름 같은 오후였다. 데뷔 22년. 정규 앨범만 9장을 냈는데 이제 와 새삼스레 노랫말 타령이라니, 엄살 같았다. “가사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었어요. 심하게 말하면 예전 제 음악은 ‘뻥’이었죠. 있는 척하는 그런 가사가 싫어졌어요.”

1989년 1집의 ‘춘천 가는 기차’만 해도 세월을 넘어 많은 이가 읊조리는 가사인데?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해 놓아서 소름까지 돋아요. 하핫. 열아홉 살에 얼마나 ‘다 큰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던지. 현학적인 말들 죄다 끌어다 얼버무려놓고.”

‘춘천 가는…’은 그가 어느 해 어린이날, 당시 여자친구와 춘천행 기차를 탔던 얘기를 담은 거라고 했다. “기차 잘못 타서 춘천까지는 가지도 못했고요. ‘흘러가는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라는 가사도 ‘뻥’이죠. 그날 처음 봤으니까, 북한강을.”

그의 발목을 6년째 잡고 있는 진실한 가사란 뭘까. “술 한잔 걸치면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어요. 똑같은 노랫말이라도 10년 전과 지금, 다른 맛으로 감동을 줘야 진짜 좋은 가사예요. 그런 곡 하나만 쓰면 음악 그만둬도 좋을 것 같아요.”

머리를 싸맨 그가 어떻게든 올겨울에는 10집 앨범을 내놓겠다고 했다. 일단 작은 무대에 계속 설 계획이다. 다음 달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오른다. 손범수 진양혜의 ‘토크 앤드 콘서트’에 대중음악인으로는 두 번째로 초대됐다. 전국의 병원을 돌며 암 환우를 위한 무대(‘프리덤 어게인스트 캔서’)에도 서고 있다.

그는 2002년 결혼해 요즘 초등학교 1학년짜리 둘째 아들 덕에 클래식 음악에도 푹 빠졌다. “아이가 음악 시간에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주제를 배워와 들려주는데 좋더라고요. 최근엔 바흐에 빠져 있어요.”

이런 그가 자신의 기획사를 가졌는데도 가수 한 명 키우지 않는다. 김갑수 김뢰하 김미려 등 배우나 개그우먼들과 계약했다. “남의 앨범 제작할 땐 장사꾼 돼야 하는데, 같은 뮤지션 입장에서 어떻게 냉혹해지느냐”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얼마 전 MBC TV ‘나는 가수다 시즌1’에서는 자문위원을 맡아 잠시 대중 앞에 섰다. 김현철은 “참여는 했지만 음악은 평가나 경쟁의 소재는 아닌 것 같다”며 최근 가요계에 대한 자조를 섞어 뼈 있는 말을 내놓았다.

“자기 생활 없이 너무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투신하는 친구가 많아요. 김민기, 정태춘과 박은옥, 송창식 선배도 생활 속에 있었기에 명곡들을 내놓을 수 있었죠. 아이, 나나 잘해야지…. 뮤지션 김현철과 사람 김현철은 이제야 동일인물이에요. 다행히 요즘 가사가 조금씩 나오니까. 10집, 기다려주세요. 올겨울엔 꼭 내겠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김현철#가사#10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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