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 3.0]커피 큐그레이더 ‘마네 알베스’“에스프레소부터 주문하라… 배우는 마음으로 즐겨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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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큐그레이더 자격 재인증 심사를 위해 방한한 마네 알베스 씨가 맛있는 커피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씨케이코앤 제공
큐그레이더(Q-Grader). 문자 그대로 커피의 품질(Quality)을 따져 등급(Grade)을 매기는 직업이다. 와인업계의 소믈리에에 해당하는 이 직업을 가지려면 커피에 대한 지식을 테스트하는 필기시험과 미각, 후각, 커피 원두의 분별 및 감정능력을 평가하는 22과목의 실기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획득해야 한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산하 커피품질연구소(CQI)가 인증하는 이 자격은 3년마다 치러지는 재인증시험(Calibration)을 통과해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 큐그레이더의 재인증시험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마네 알베스 씨를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커피문화 체험 카페 루소랩청담에서 만났다. 전직 와인 소믈리에인 그는 CQI가 큐그레이더 재인증 시험 심사자격을 부여한 세계에 단 3명뿐인 큐그레이더 인스트럭터 중 한 명이다.
○ “한국 커피시장 거품 심각”
이번이 5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알베스 씨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커피산업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너무 짧은 시간에 시장이 커지다 보니 커피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고, 비즈니스만 배운 사람들이 커피전문점을 열고 있다”며 “한국의 커피전문점을 다녀보면 인테리어는 화려한데 커피 맛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알베스 씨는 이어 “한국 사람들이 커피의 제대로 된 맛과 문화를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채 프랜차이즈 위주의 표준화, 일반화된 커피 맛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알베스 씨는 한국에 큐그레이더 자격증 보유자가 지나치게 많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2004년 큐그레이더 시험이 실시된 일본에서는 자격증 보유자가 100명이 채 안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9년 처음 시험이 도입됐지만 비즈니스 목적으로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큐그레이더가 이미 200명을 넘어섰다.
알베스 씨는 “커피시장 정화를 위해서 이번 재인증시험에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걸러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커피전문기업 씨케이코앤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창업희망자 및 카페운영자 대상 교육프로그램인 ‘바이루소’의 자문에 응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 “에스프레소에서 자신만의 취향 찾아보길”
알베스 씨는 맛있는 커피를 고르는 방법으로 “카페에 가면 우선 에스프레소부터 주문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맛있는 커피를 고르려면 일단 자신이 어떤 맛과 향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우유나 시럽을 넣으면 본연의 커피 맛이 사라지므로 꼭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커피는 계속 배운다는 마음으로 접하면서 즐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베스 씨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각이나 선호도가 다르므로 ‘케냐 커피가 좋다’거나 ‘비싼 커피가 좋다’는 식으로 커피를 고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충고했다.
그는 “와인에 비유한다면 ‘샤토 마고’는 좋은 와인이지만 맛이 묵직한 편이기 때문에 가볍고 화사한 향을 좋아하는 내게는 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사이펀(진공압력 방식의 커피 추출기구)으로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이펀을 쓰면 잡스러운 것이 섞이지 않은 부드러운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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