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오 씨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서울 홍익대 인근 소극장 옆 공터에서 ‘똘끼’ 넘치는 포즈를 취하는 배장환, 권준오, 아론 밀러, 조명화 씨(왼쪽부터). ‘똘끼’ 청년 4인방은 “‘88만 원 세대’는 젊은이들 스스로를 사회적 굴레에 속박시키는 말”이라며 “꿈만 꾸면서 안절부절 말고 실천에 옮기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목표를 정하면 주저하지 않아요. 무모할 정도로 도전하는 게 우리가 가진 공통점이죠. 하하.”
지난 주말 서울 홍익대 인근의 한 소극장에 청년 4명이 모였다. 방송인 배장환(30), 여행작가 조명화(31), 고려대 대학원생 아론 밀러 씨(32)가 친구 권준오 씨(26)의 책 ‘똘끼, 50cc 유라시아를 횡단하다’(문학세계사)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한 것. 책 제목대로 남다른 ‘똘끼’(‘똘아이 끼’·유별난 사람의 끼를 뜻하는 속어)가 느껴지는 네 사람은 듣기만 해도 힘이 나는, 똘끼 어린 도전기를 풀어놓았다.
“1년간 2000만 원을 버는 게 목표였어요. 영국 어학연수를 가고 싶었거든요.”
2009년 수원대 공대에 다니던 권 씨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로 했다. 학원에서 처음 제시한 월급은 80만 원. 면접 자리에서 자신만의 수업 방식과 학생 및 학부모 관리법에 대해 발표했다. 월급이 120만 원으로 올라갔다. 이후 석 달 동안 매일 학부모들과 전화 상담을 했고 중하위권 학생들을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학부모 사이에 입소문이 돌았다. 1년 후 그의 월급은 400만 원으로 올랐다.
계획대로 영국 어학연수를 마친 후 그는 50cc 스쿠터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해 귀국하는 도전에 나섰다. “150개 기업에 여행 계획서를 보내 스폰서 제안을 했고 그중 3개 기업에서 답이 왔어요. 미친 듯 두드리니 열리더군요. 그 마음으로 부딪치니 유라시아 횡단도 두렵지 않았죠.” 졸업을 앞둔 권 씨는 기획과 마케팅 업무에 도전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기왕 할 거 쇼트트랙 옷 입고 확실히 튀기로 했어요.”
방송인 배장환 씨는 동생 성환 씨와 함께 2007년 쇼트트랙 운동복을 입고 세계 일주를 했다. 배우의 꿈을 접고 중국에서 유학 중이던 장환 씨는 어느 날 동생 성환 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형, 우리 세계일주 갈래?” 마침 한국 정부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힘을 쏟고 있던 때이니, 세계 일주를 하며 평창을 홍보하자는 것. 바로 실행에 옮겼다. “3개월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세계 사람들 앞에서 쇼트트랙 선수들의 옷을 입고 홍보 활동을 했어요. 태권도 시범도 선보였고요.”
평창은 당시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지만 배 씨에게 평창 홍보 여행은 도약의 계기가 됐다. 3개월간의 여행기를 묶어 책 ‘형, 우리 세계일주 갈래?’를 펴냈고, 여행 전문 리포터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조만간 방영되는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게 되면서 배우로서의 오랜 꿈도 이뤘다.
“돈이 없다고 여행을 못하는 건 아니죠.”
여행 작가 조명화 씨는 대학 시절 정부 산하단체나 기업체, 대학 등이 주최하는 여행 공모전에 스무 번 당선된 ‘공짜 여행’의 달인이다. 그의 비결은 경쟁자들과 경쟁하는 대신 협력하는 것. “공모전 면접 때 같이 면접 보는 사람들과 팀을 꾸려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반드시 합격해요. 공모전은 개인 선발이 원칙이지만, 팀을 꾸릴 경우 면접관이 협동정신을 높이 사 팀 전체를 선발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후 조 씨는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공부 모임인 ‘세계견문록’을 만들었고, 권 씨와 배 씨도 이 모임에서 만났다. 권 씨의 책을 포함해 이 모임에서 총 다섯 권의 책이 나왔다. 조 씨는 평일엔 회사에 다니고, 저녁과 주말엔 여행 공모전에 당선되는 법부터 여행책 쓰는 법까지 여행에 관한 조언을 해주는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하버드대를 나왔다고 해서 모두 금융권이나 컨설팅 회사에 가는 건 아니에요.”
고려대와 하와이대에서 한국어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아론 밀러 씨. 그는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시절 초급 한국어 강의를 듣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1년엔 한 달간 서울대에 머물며 5·18민주화운동을 연구하기도 했다. 이후 전공을 역사학으로 바꿨고 하버드대에서 동양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년간 한국 고교에서 원어민 교사를 했는데, 이 때 학생이던 권 씨와 만났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했는데, 그 중심에 한국이 있음을 알게 됐죠. 물론 월가는 매력적이죠. 하지만 지금은 한국어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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