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미미하고 여린 것들의 세계… 조소희 ‘사(絲)적인 인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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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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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휴지를 이용한 조소희 씨의 작품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두루마리 휴지를 이용한 조소희 씨의 작품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두루마리 휴지, 일회용 종이 냅킨, 투명 습자지 등. 작가는 아주 미미하고 여린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의 반복적 노동이 소소한 물건에 축적되면서 무게감을 지닌 존재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선컨템퍼러리 갤러리에서 4월 1일까지 열리는 조소희 씨의 ‘사(絲)적인 인상’전은 가벼움과 무거움의 공존을 통해 약한 것과 강한 것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강과 약이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있음을 일깨우는 작업이다.

붉은색 실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설치작품 ‘손’, 구상 시인의 시를 냅킨에 한 단어씩 쳐서 책으로 만든 ‘예술과 기어(綺語)’, 종이배를 접어 강에 띄우고 풍선을 불어 하늘로 날리는 영상작품 ‘강’과 ‘산’, 얇은 거즈와 삼베로 봉투를 만들고 습자지에 한 단어씩 타이프로 쳐서 집어넣은 ‘편지’ 등. 그의 작품은 개념적이면서도 시적으로 다가온다. 얇은 색실로 뜨개질한 ‘리본 짜기’나 ‘두루마리 휴지 위에 타이프 치기’의 경우 2003년부터 계속해온 작품으로 노동집약적 행위로 시간의 흐름을 오롯이 드러낸다.

예술은 거대하고 거창한 논리가 아니라 연약하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그런 것이 모여 빛을 발한다는 믿음이 작품의 행간에 숨어 있다. 조 씨는 “작품을 하면서 나를 재료에 이입하는 것 같다”며 “인간은 연약한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02-720-578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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