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과장된 몸짓… 웃다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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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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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풍선’ ★★★

기발한 상상력으로 개인은 사회나 국가의 소모품에 불과함을 풍자한 연극 ‘풍선’. 국립극단 제공
기발한 상상력으로 개인은 사회나 국가의 소모품에 불과함을 풍자한 연극 ‘풍선’.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의 올해 봄마당축제 개막작인 연극 ‘풍선’은 만화 같은 상상력에 신랄한 풍자를 버무려 넣어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추구했다. 하지만 작품이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거뒀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1일 프리뷰 공연에서 관객의 반응은 엇갈렸다.

‘늙은 도둑 이야기’ ‘B언소’ ‘칠수와 만수’ 같은 풍자극에 일가견이 있는 연출가 이상우 씨는 마임이스트 남긍호 씨에게 주인공 우 일병 역할을 맡기고 톡톡 튀는 신체언어를 보여 온 현대 무용가 류장현 씨에게 안무를 맡겨 이 작품의 ‘몸 연기’를 강화했다. 오디션을 통해 엄선한 배우들도 ‘몸 좀 쓴다’는 젊은 배우들이다.

덕분에 매스게임에서 인간 탑을 쌓다가 우 일병의 실수로 무너지는 장면을 바닥에 누운 채 표현한 첫 장면이 절묘했고 우 일병의 ‘기쁨조’로 투입된 댄스그룹의 춤 공연 장면도 흥겨웠다. 하지만 배우들의 지나치게 과장된 표정과 몸 연기가 남발되면서 극 초반의 신선함이 반감됐다. 맥락이 분명하지 않은 이슬람 전사들의 잦은 등장도 극의 흐름을 끊었다.

우 일병이 중대장에게 사타구니를 차인 뒤 고환이 부풀고 대형 풍선만 해진 고환 속에서 만병통치 성분이 발견돼 국가적인 보호 대상이 된다는 얘기는 흥미로웠다. 우 일병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지만 ‘생산 기계’로 취급될 뿐이라는 극 전개는 큰 조직 안에서 개인의 인권이 얼마나 무시당하고 깨지기 쉬운 것인지 돌아보게 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고재귀 작.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소극장 판. 1만 5000∼3만 원. 02-3279-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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