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도쿄의 진면목 훑어본 뒤 탕치 명소 들러 온몸을 개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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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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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구사쓰 온천

구사쓰 온천마을의 해질녘 풍경. 유카타 차림의 남녀가 온천정자 ‘유케무리테이’에 걸터 앉아 아시유(족탕)에 발을 담근채 담소하며 족욕을 즐기고 있다. 그 뒤편의 난간 아래가 온천수가 샘솟는 유바타케다.
구사쓰 온천마을의 해질녘 풍경. 유카타 차림의 남녀가 온천정자 ‘유케무리테이’에 걸터 앉아 아시유(족탕)에 발을 담근채 담소하며 족욕을 즐기고 있다. 그 뒤편의 난간 아래가 온천수가 샘솟는 유바타케다.

《북위 45∼25도, 3000km가량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일본열도. 큰 섬 네 개로 이뤄졌지만 그 중심은 늘 혼슈, 거기서도 교토(京都)와 도쿄(東京)였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수도’다. 교토는 나라(奈良)에서 천도한 794년부터 메이지유신(1868년)까지, 도쿄는 이후 지금까지. 도쿄의 공식 명칭은 ‘도쿄도(東京都)’. ‘동(東)+교토(京都)’의 조어로 ‘동쪽의 교토’다. 도쿄란 지명이 등장한 건 메이지유신 때다.

교토의 왕이 에도(江戶)로 옮겨와 수도로 삼으면서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이전 264년간에도 에도(훗날 도쿄)가 중심이었다. 도쿠가와 막부(1603∼1868년)가 거기 있어서다. 막부는 군사정권이다. 그 수장 쇼군(장군)에게 모든 권력이 주어졌던 만큼 교토의 왕은 허수아비였다. 도쿠카와 막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그 측근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진압(1600년)하고 쇼군에 등극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부터 15대 264년간 에도에서 권력을 누렸다. 그러니 도쿄가 중심이 된 건 400년을 훌쩍 넘긴다.

에도의 옛 모습이 간직된 도쿄, 도쿠가와 막부의 8대 쇼군이 찾아내 그 물을 길어 목욕을 했다는 도쿄 북쪽의 구사쓰 온천(군마 현)을 찾아 떠난다. 》

쓰키지 수산시장의 정면 모습. 간판 아래 길게 늘어선 행렬은 서서 먹는 라멘가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선 줄이다. (왼쪽 사진) 쓰키지시장의 길건너에 있는 스시 전문점 ‘사카나도라쿠’의 2360엔짜리 특제 스시세트. (오른쪽 사진)
쓰키지 수산시장의 정면 모습. 간판 아래 길게 늘어선 행렬은 서서 먹는 라멘가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선 줄이다. (왼쪽 사진) 쓰키지시장의 길건너에 있는 스시 전문점 ‘사카나도라쿠’의 2360엔짜리 특제 스시세트. (오른쪽 사진)

에도의 정취를 찾아 떠난 도쿄

교토와 달리 도쿄에서는 에도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메이지유신과 개화기에 밀려든 서양문물과 태평양전쟁 말기 연합군의 공습 탓이다. 현재 왕궁인 에도 성도 같다. 안팎의 해자와 성벽 일부만 남았다. 옛 모습을 더듬자면 ‘에도 도쿄 박물관’뿐이다. 6층 전시실에 들어서니 ‘니혼바시’가 방문객을 맞는다. 1603년 건축된 이 목조다리는 왕도의 관문이자 에도의 랜드마크. 크기는 실물이지만 그 절반만 세운 모형이다. 전시물은 다리를 기준으로 에도(17, 18세기)와 도쿄(개화기)로 나뉜다.

6세기 전래된 불교는 에도시대에도 성행했다. 아사쿠사의 센소지는 그 당시를 추정케 하는 사찰이다. 관광책자에 단골로 등장하는 ‘가미나리몬(雷門)’을 지나면 늘 방문객으로 붐비는 ‘나카미세’라는 상점가가 100m 이상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부채 우산 나막신 기모노는 물론이고 닌교야키(붕어빵), 센베이, 아마자케(달짝지근한 막걸리), 단고(콩가루 찍은 인절미) 등 전통물품과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파는 전통상점이 대부분이다. 가미나리몬 옆의 ‘산사다(三定·1837년 창업한 튀김집)’처럼 몇 대째 영업 중인 식당도 있다. 산사다에선 ‘에도마에(江戶前)’라고 해서 도쿄 만(灣) 생선만 참기름에 튀겨내는데 175년 전 당시의 맛이다.

근방 스미다 구(區)에선 에도 장인의 솜씨를 살핀다. 구청의 ‘스미다 재발견’사업으로 만들어진 24개의 ’작은 박물관’과 ‘모델숍’ 등이 그 현장이다. ‘가타오카 병풍점’은 작은 박물관과 모델숍, 체험공방을 겸한 곳. 고인의 기모노(전통의복)나 추억이 담긴 넥타이로 병풍을 만들기도 하는데 ‘가라쿠리’라는 마술병풍(펼칠 때마다 그림이 바뀌는 병풍)체험(3000엔)엔 한국 인도 찾는다고 한다. 병품점은 5월 개장할 ‘스카이트리’(초대형 TV송신탑) 지하철역 앞이다.

니혼바시 부근의 호화쇼핑가 긴자를 보자. 1904년 문을 연 일본 최초의 백화점 미스코시 본점을 비롯해 수많은 상점이 줄지어 있다. 이것 역시 에도의 유산인데 메이지유신으로 긴자는 탈바꿈한다. 한 영국인이 설계한 대형 벽돌건물과 서구식 거리로. 물론 그 모습은 에도 도쿄박물관에 모형으로만 간직돼 있다. 수산시장 쓰키지도 긴자와 이웃한다. 이곳이 개발된 건 메이지유신 때로 서양인 거류지였다. 그러나 1872년 대화재, 신바시∼요코하마 철도 개통으로 외국인 거류지가 국제항 요코하마로 옮겨지고 그곳에 선교사 부인이 운영하는 학교가 들어서면서 교육 중심지로 바뀐다. 근방의 학교는 그 유산이다.

쓰키지시장에 들어선 건 오전 11시 반. 오전 7시 전후 경매 때 외엔 대부분 철시해 한가로웠다. 그럼에도 골목의 식당은 관광객으로 바글댔다. 시장통엔 굴과 생선꼬치를 구워 파는 노점도 있다. 20m 이상 길게 줄을 서서 길에 선 채로 라멘을 먹는 풍경도 이채롭다. 길 건너 생선초밥전문점 ‘사카나도라쿠’에서 생선초밥세트를 주문했다. 성게알 연어알 장어구이 등이 포함된 ‘특제초밥’(2360엔)인데 ‘3만 원’의 가치를 뛰어넘는 훌륭한 맛이었다. 스시에 사케(작은 유리컵 한 잔에 800엔) 한 잔은 금상첨화.

구사쓰 온천마을의 명물인 유모미 공연. 욕탕에 공급할 온천수를 알맞게 식히는 마을 아녀자의 공동작업으로 온천수의 효능을 지키기 위해 찬물을 타지 않으려는 데서 시작됐다.
구사쓰 온천마을의 명물인 유모미 공연. 욕탕에 공급할 온천수를 알맞게 식히는 마을 아녀자의 공동작업으로 온천수의 효능을 지키기 위해 찬물을 타지 않으려는 데서 시작됐다.

서쪽엔 아리마, 동쪽엔 구사쓰


아리마(有馬)는 오사카가 있는 간사이(關西) 지방의, 구사쓰는 간토(關東)지방의 중심인 도쿄 북방 군마 현의 온천. 에도시대부터 이렇게 일본 대표온천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 구사쓰의 명성은 일본온천협회의 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전국 온천 330곳이 나열된 설문지를 2500명에게 나눠주고 고르게 했는데 그 결과 ‘가장 가보고 싶은 온천’과 ‘가장 인상 깊은 온천’에 구사쓰가 모두 1위였다. 이유는 ‘자연환경’과 ‘온천마을 분위기’, ‘온천 그 자체’였다.

연간 300만 명이나 찾는다는 구사쓰온천. 태평양변의 도쿄와 동해안의 니가타를 잇는 간에쓰 자동차도로를 따르다가 그 중간쯤(시부카와·이카호 온천)에서 국도로 북행하는 4시간의 여행길이다. 군마 현은 니가타와 도야마 현과 인접한 산악지방으로 도로는 줄곧 커브에 오르막. 한겨울엔 신주쿠나 도쿄 역에서 떠나는 직행버스(3200엔)가 편리할 듯하다.

마을은 높은 산중의 해발 1200m 분지에 자리 잡았다. 맨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농구코트 크기의 ‘온천밭’. 침전물(탄산칼슘)로 뒤덮여 온통 하얀 이곳을 주민들은 ‘유바타케(湯畑)’라고 부른다. 여기서 용출된 온천수는 사각의 나무통으로 30m쯤 흐르다가 연못에 추락한다. 70도 내외의 온천수를 욕탕수온(41도 내외)에 맞추는 자연냉각장치인데 이렇게 식힌 물은 18개 무료 온천탕을 비롯해 료칸 등지에 공급된다.

구사쓰는 에도막부의 8대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무네(재임 1716∼1745년)가 사냥 도중에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이 온천수는 ‘상사병만 빼고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구전민요의 가사처럼 효능이 뛰어나 금방 알려졌다. 요시무네는 멀리 에도까지 물을 받아와 온천욕을 즐겼다. 탕치(湯治·온천수를 이용한 치료기법)료칸이 유행한 건 메이지 전후. 료칸 ‘나라야’(1878년)도 그때 문을 여는데 쇼군이 길어다 쓴 온천공에 자리 잡았다.

료칸 나라야는 유바타케에서도 잘 보인다. 신관 옥상의 간판에 든 ‘將軍(쇼군)’이란 두 글자 덕분. 우아한 기품의 고풍스러운 실내, 정갈한 음식, 단아한 서비스. 고급 료칸의 모든 것을 다 갖췄다. 마을 한가운데라 바깥 경치를 볼 수 없는 노천탕만 빼고. 구사쓰의 온천수는 pH2의 강산성이다. 그래서 탕에 오래 머물면 안 된다. 피부 발진 등 부작용 때문. 3분 입욕에 3분 풍욕(외기에 건조시키기)이 적당한데 신경통 근육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소문났다.

구사쓰에서는 꼭 볼 것이 있다. ‘유모미’와 사이노카와하라 공원이다. 유모미는 유바타케 앞 ‘네스노유’의 실내 유바타케에서 주민이 펼치는 유료(500엔) 공연 겸 체험. 아녀자들이 물가에 둘러서서 1.8m의 널빤지를 민요에 맞춰 노 젓듯 휘젓는데 온천수를 식히는 공동작업이다. 온천수의 효능을 유지하기 위해 찬물을 섞지 않고 기꺼이 이런 수고를 감내하는 모습에서 일본 최고 온천의 명성이 확인된다.

사람들이 구사쓰를 좋아하는 이유 중엔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도 한몫한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사이노카와하라 공원이다. 공원은 유바타케에서 좁은 길로 이어지는데 이 골목길 산책이야말로 구사쓰온천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줄 이은 골목 상점 중엔 2년 전 일왕 부처가 들렀던 ‘마쓰무라 온천만주’도 있다. 달콤한 단팥이 부드러운 빵에 싸여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맛이 일품이다. 꼬치구이, 센베이 상점, 기념품점 등 기웃거릴 만한 상점이 줄줄이 있다.

골목을 나오면 산길로 이어진다. 공원은 그 산속 여러 개의 작은 온천 샘과 따뜻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다. 길가에는 개화기 도쿄의학원에서 근대의학을 가르치며 구사쓰온천의 효능을 연구해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의학자를 소개하는 안내판도 있다. 계곡의 끝엔 방문자센터와 함께 대형 로텐부로(노천탕)가 있다.

구사쓰엔 골프장(2개)과 스키장이 있다. 한여름도 기온이 25도를 넘지 않아 인기다. 차로 10분 거리의 고쿠사이스키장은 해발 2100m의 덴구 산 정상과 고도 차가 900m(베이스 1200m)인 8km의 긴 슬로프를 자랑한다.

도쿄서만 즐기는 아주 특별한 먹거리

아키하바라의 대표적인 메이드카페 ‘앳홈’에서 한 여종업원이 서빙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하녀 복장에 말끝마다 ‘주인님’을 연호하며 손님을 주인처럼 모시는 메이드카페는 ‘오타쿠의 놀이방’으로 변한 아키하바라에서 한창 인기몰이 중인 뉴 어트랙션이다.
아키하바라의 대표적인 메이드카페 ‘앳홈’에서 한 여종업원이 서빙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하녀 복장에 말끝마다 ‘주인님’을 연호하며 손님을 주인처럼 모시는 메이드카페는 ‘오타쿠의 놀이방’으로 변한 아키하바라에서 한창 인기몰이 중인 뉴 어트랙션이다.
아키하바라는 한때 한국 여행자가 반드시 들를 만큼 이름난 전자상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타쿠(집 안에 틀어박혀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편집적인 전문가)’의 놀이터로 변한 지 오래. 기차모형, 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숍 등등. 거기에 ‘메이드카페’가 가세했다. ‘하녀카페’로 해석되는 이곳은 서양하녀 복장의 여종업원이 말끝마다 ‘주인님’을 연호하며 서빙한다. 입장료를 받고 대화상대가 되어주거나 함께 기념촬영을 해주는 것 외엔 별것도 없는데 찾는 이가 많단다. 발상지인 아키하바라에 20여 곳 성업 중인데 ‘앳홈’ 본점은 4개 층 규모.

유흥가 신주쿠의 ‘섹시 비키니 이자카야’도 최근 등장한 이색주점이다. ‘후지코짱’이란 곳에 들러보니 비키니 차림의 여종업원과 서빙 중의 ‘섹시’ 이벤트 외엔 별로 흥미로울 게 없는 평범한 이자카야였다. 여자 손님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도쿄=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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