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해준 단편들” 신경숙 씨 7편 묶어 ‘모르는 여인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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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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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48·사진)은 “지난 8년은 장편 작업에 몰두한 시기”라고 했다. 2003년 소설집 ‘종소리’ 이후 작가는 오래도록 장편에 매달렸고 ‘리진’(2007년) ‘엄마를 부탁해’(2008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2010년) 등 세 편을 연달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단편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8년 만에 출간한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문학동네)은 그가 2003∼2009년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 7편을 묶었다. 이 작가에게 장편과 단편은 어떻게 다르게 다가올까.

“장편 쓰는 시간은 급류를 타고 격정적으로 어딘가로 휘몰아치는 느낌이라면 단편 쓰는 시간은 이른 아침 산 쪽으로 놓인 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올라가는 듯한 차분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다른 매력이 있죠.”

‘엄마를 부탁해’로 31개국에서 출간 계약을 하면서 바쁘게 해외 활동을 했던 신경숙은 8월 귀국한 뒤 차분히 소설집 출간을 준비해 왔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다시 읽다 보니 이 작품들을 썼던 시간들이 나를 위로도 해주고 견디게도 해준 것 같네요. 그 기운이 이제 저를 떠나 독자들 속으로 스며들어 갔으면 합니다.”

문학동네 제공
문학동네 제공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필체는 이 책의 각 단편들에도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의 만남과 인연, 세월의 흐름을 늦가을 거리에 떨어진 마른 낙엽을 밟으며 걷듯 조용히 써내려갔다. 표제작 ‘모르는 여인들’에선 40대가 된 여자가 20대에 만났던 옛 남자친구와 오랜만에 해후하는 과정을 잔잔히 그린다. ‘세상 끝의 신발’에서는 6·25전쟁 후 이어졌던 두 가족의 따뜻하면서도 애절한 인연을 전한다. 딱 들어맞는 상자에 담긴 선물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포근한 작품들이다.

“세상의 험한 꼴이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나씩 창출해 작품에 담곤 했어요. 아마도 ‘그런 모습만 있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현실이 과도하게 훼손해 버린 것들을 작품을 통해 복구하며 균형을 잡고 싶었다고나 할까…. 소설은 제가 쓰지만 마침표는 독자가 찍는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모르는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열고 싶은 마침표였으면 합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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