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살아남은 자들의 고통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 오래된 빛/전수찬 지음/1만 원·208쪽·문학동네

한 사람의 죽음 이후 남겨진 자들의 얘기를 그린 소설. 잔뜩 구름이 낀 회색 하늘을 쳐다보는 듯하고, 책장 가득 상실감과 허무함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돼지’라 놀림 받던 초등학생 기환이는 자신을 놀리는 애들 중 왜소한 창호만 꼭 집어 괴롭히기 시작한다. 기환이의 호출에 밤에 산으로 간 창호는 실족사하고, 아이를 잃은 창호네 가족은 서서히 붕괴된다. 하지만 죄책감에 삐뚤어지는 기환네 가족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얽힌 두 가족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복수를 그렸다. 놀랍도록 차분하고 침착한 전개가 점차 흡인력을 높이지만, 초반에 쳐 놓은 여러 복선 장치가 미처 실타래를 다 풀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종결되는 느낌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