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 야구방망이 들고 한판 겨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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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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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구인회’ vs 신생 ‘사무사’
19일 자유로리그 야구장서 첫 대결

한국 문단의 유이(唯二)한 야구단들이 창단 후 첫 맞대결을 펼친다. 문인들의 자존심 대결은 원고지에서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도 뜨겁다. 문단의 긴장감도 높다.

2008년 문단에서 최초로 창단한 문인야구단 ‘구인회(球人會)’와 지난해 창단한 시인야구단 ‘사무사(思無邪)’가 19일 오후 3시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자유로리그 야구장에서 일합(一合)을 겨룬다.

언뜻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1930년대 김기림 정지용 등이 참여했던 순수문학단체인 ‘구인회(九人會)’에서 팀명을 따온 구인회는 시인 박형준 감독 아래 박상 박성원 백가흠(이상 소설가) 고운기 정용효 박준(이상 시인) 등 문인뿐만 아니라 출판 관계자까지 참여한 ‘다국적 구단’. 소설가 박범신이 명예구단주로, 은희경이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고 등록선수만 20명이 넘는다.

반면 사무사는 신생 구단인 데다 시인들로만 구성된 까닭에 선수가 모자라는 실정이다. 김두안 감독 아래 김요안 김병호 이승희 등이 뭉쳤지만 9명의 경기 최소 인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시인의 가족과 친구를 수소문해 경기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구인회에만은 질 수 없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팀명은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뜻으로 공자의 논어에서 따왔다.

양 팀 감독의 포부는 한국시리즈를 앞둔 프로야구 명장들 못지않게 진지했다. 박형준 구인회 감독은 “방심은 금물이다. 박빙의 경기가 예상된다. 결국 수비 하나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두안 사무사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은 우리가 약세지만 경기 초반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조직력에 승부를 건다”고 말했다.

변수는 날씨다. 이들은 6월 첫 대결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전날부터 내린 장대비 때문에 경기가 무산된 바 있다. 기상청은 경기가 열리는 19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문인 선수들은 수중전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단의 야구 라이벌 대결이 해를 넘길 것인가. 하늘에 달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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