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청룡-백호, 몽골서 환생했나?

동아일보 입력 2011-11-10 03:00수정 2011-11-10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몽골에서 처음으로 발굴된 고분 벽화에 나오는 청룡(왼쪽 위)과 백호(오른쪽 위). 7세기 중기로 추정되는 고분에서 나온 이 그림이 고구려 중기(5세기 말∼6세기) 무용총 속 청룡(왼쪽 아래) 백호(오른쪽 아래)와 비슷해 고대사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울산대 전호태 교수 제공
올해 8월 몽골 중부지역에서 7세기 중기로 추정되는 튀르크시대의 고분이 발굴되자 몽골 고고학계는 흥분에 빠졌다. 몽골에서는 처음으로 고분벽화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최근 전해지면서 국내 고고학계와 고대사학계도 술렁이고 있다. 벽화 속 동물들의 형상이 고구려 중기(5세기 말∼6세기) 고분인 무용총에서 나온 청룡, 백호와 닮았기 때문이다.

몽골의 고분에서는 청룡과 백호 그림 외에도 고구려 문화의 특징으로 거론되는 개마무사(鎧馬武士·철갑옷을 입은 말과 무사)의 철갑을 두른 말 모양 토우(土偶) 등 여러 유물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 고분이 한반도와 몽골 지역을 잇는 지대에 광범위한 공통문화권이 형성돼 있었음을 밝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발굴 책임자인 아유다이 오치르 몽골 유목문화연구소장(63)은 지난달 동북아역사재단 강연에서 “중국 지린(吉林) 성 고구려 고분에서 본 고구려 벽화와 비슷하다. 청룡과 백호 벽화, 100여 점의 인물상에서 볼 수 있는 치마와 모자는 고구려와 연관이 깊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학자들이 현장을 본 뒤 ‘당나라의 용 모양과는 다르다’는 의견을 냈다고도 전했다.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의 사신도(四神圖)는 그동안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중국 후한시대(서기 25∼220년)의 화상석(건물이나 묘를 장식하기 위해 그림을 새겨 만든 돌)에서 청룡 백호에 해당하는 동물그림을 볼 수 있고, 오행설의 영향으로 동서남북 네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의 개념이 삼국시대에 전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중국 몽골 등과 학술적 교류가 늘면서 사신도의 유래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기사
암각화 연구 전문가인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사신도의 그림은 여러 동물 형상을 합성한 형태인데, 이는 실제 동물들의 강한 면모를 합성해 상상하기 좋아했던 북방 수렵문화의 특징으로 몽골지역 암각화에서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개마무사, 말 위에서 뒤를 돌아보며 활을 쏘는 장면 등 고구려 고분벽화에 보이는 그림이 비슷한 시기 몽골 지역 암각화에서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번 몽골의 고분벽화 발굴에 대해 “사신도가 고구려-튀르크 지역 고유의 문화이거나 교류의 결과로 생긴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구려 고분벽화 전문가인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몽골의 청룡과 백호 그림이 무덤의 널방(현실·玄室)이 아니라 무덤으로 들어가는 널길(연도·羨道)에 그려진 것은 고구려가 아닌 당의 양식”이라며 “중국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